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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Jun 21. 2021

폭력을 방관하지 않기 위한 노력

비가 오던 날이었다.

나는 버스에 타고 있었고, 내리고 있는 비와 세게 부는 바람탓에 길거리에는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차가 많이 막힌 탓에 한 가게 옆에 내가 탄 버스가 멈춰섰고, 때마침 가게 주인인 것 같은 사람이 분무호스를 들고 나와 물로 쓰레기를 씻어내었다. 그렇게 쓰레기가 도로에 있는 하수구로 내려가는 모습까지 멍하게  지켜보던 나는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수압으로 낙엽과 쓰레기를 보도블럭 아래로 밀어내 도로 하수구로 내려가게 만든다음 가게 주인은 할 일을 모두 마쳤다는 듯이 분무호스를 가지고 들어갔다.



내 눈 앞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일들이 없는 일이 아님을..


가게 주인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인상깊게 남겨두고 싶은 무서운 장면으로 다가왔다. 

환경오염보다 나는 그의 모습에서, '내 눈 앞에만 보이지 않으 된다.'는 아주 평범하고도 안일한 생각이 보였다.


쓰레기는 수구로 떠내려가기 전에 치우면 되지만, 치우지 못한다면 인간이 지구에게 가하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의 아이들은 전쟁을 경험하고, 더러운 물이 배가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시고 있다. 어떤 곳의 여자 아이들은 5살에 성기를 훼손당하는 할례를 겪고 있다. 마치 Netflix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 업사이드다운을 인지한 사람들에게 먼저 보이는 세계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기울어진 세상임을 인지해야 갑이 보이고, 그 갑이 집 에서부터 전 세계까지 미시와 거시를 넘나들며 있을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수압으로 쓰레기를 밀어냈듯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내 눈 앞에 있는 일조차 방관할 수 있다.

밀어내고 밀어내다 내 눈 앞에서 사라지면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괜찮아지니까.


모두가 나서서 폭력과 차별문제를 단절하는데 관심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업사이드다운과도 같은 기울어진 세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에 누구든 촉각을 세우고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각종 NGO 단체들을 후원할 수도 있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언젠가를 기약하며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연대하며 어딘가에서 발생하고 있는 갑질과 폭력을 모른척 하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를 차별로부터 구하는 진짜 힘은 끝까지 관심을 놓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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