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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Dec 31. 2018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자유

영화 <Love, Simon>을 보고

누군가 또는 내가 아닌 나의 주변사람이 동성애자인 경우 그것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 정확히 말을 하자면 나에게는 그 사람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권한이 없지 않은가?
마치 어떤 사람이 어떤 음식을 싫어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내가 판단할 권한이 없는 것처럼.     


Love Simon은 남자 고등학생(사이먼)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에서 사이먼은 자신을 소개한다.

“나도 너와 같아. 여러모로 평범하지. 꽃미남 쿼터백이었던 아빤 퀸카 졸업생 대표와 결혼했고 굴곡 없이 잘 살아오셨지. 난 동생을 예뻐해. 내색은 잘 않지만.. 작년에 요리 프로를 본 뒤 동생은 셰프가 되기로 했고 우리 가족은 실험 대상이 됐지. 이제 친구들을 소개 할게. 둘(레아, 닉)은 꼬꼬마 때부터 알던 사이야. 최소한 유치원 때부터.. 한 명(애비)은 몇 달 전에 알게 됐는데 꼭 오랜 친구 같아. 우린 늘 뭉쳐 다니며 아이스커피를 폭풍 흡입하고, 영화도 보고, 와플 하우스에서 단 걸 먹으며 진로 얘길 하지. 그러니까 말했듯이, 난 너처럼 아주 평범하게 살고 있어. 큰 비밀 하나가 있는 거 빼곤..”


사이먼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은 성적 취향에 대해 관대하고 또 커밍아웃을 한 친구도 있지만 사이먼은 고등학생 때까지만 이라도 비밀이 알려지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의 '블루'라는 남학생의  커밍아웃을 보고 사이먼은 나도 너와 같다며 연락을 하게 되고 둘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며칠이 지나 학교 컴퓨터실에서 마틴은 사이먼이 사용한 컴퓨터를 뒤이어 사용한다. 사이먼은 교감선생님과 이야 하다 깜빡하고 이메일 계정을 로그아웃 하지 않았고, 마틴은 사이먼의 이메일 내용을 보며 사이먼이 게이인 것을 알게 되고 이메일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사이먼을 협박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처음에는 신고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동시에 최근 본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 속 영배는 게이라는 사실을 들켜 이혼당하고, 학교에서도 해고당했다. 신고를 왜 하지 않았냐는 친구의 말에 “재판을 해서 이긴다고 해도 나는 실패자”라는 대답을 한다. 사이먼의 환경은 커밍아웃에 관대한 환경이라해도 여전히 굉장한 용기와 준비가 필요한 일인 것은 맞다.


마틴은 자신의 웃음거리 이야기를 덮기 위해 사이이 게이라는 사실과 연락하던 남학생이 있다는 것을 사진과 함께 학교 게시판에 게시한다. 사이먼은 본인이 준비된 상태가 아닌 타인에 의해 강제로 알려져서 상처를 받았고 또 연락을 주고받던 익명의 학생은 연락을 끊었다.


이후 사이먼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한 후 게시판에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그리고 축제 날 공연이 끝난 후 관람차에서 기다리겠다고 글을 남긴다. 며칠 후 사이먼은 관람차로 가고 수없이 많은 바퀴를 혼자탔다. 마지막바퀴가 되어 잠시 멈추었을 때 그 익명의 남학생이 관람차를 탔고 키스를 하며 영화는 끝이났다.

"왜 동성애자만 커밍아웃을 해야하는 것일까?"
나의 성적 취향인데 왜 남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것일까.


물론 나의 가족, 친구가 자신의 성적 취향이 나와 다르다고 하면 처음에는 조금 놀랄 수는 있다. 그리고 걱정될 수도 있다. 문화나 법 조차 이제 막 바뀌고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걸 혼자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그냥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다. 사람마다 성격, 식성, 취향, 습관 등에도 같은 사람이 는 것처럼 성적 취향 역시 그 중 하나일 뿐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에  색안경을 끼거나 선입견,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


우리는 누구든 원하는 대로 살 자격이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원하는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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