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Mar 16. 2019

우리는 해피엔딩이라는 마법에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제목부터 스포일러를 작정한듯 '너의 결혼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의 끝을 생각치 않았다.

주인공이니까. 이 영화의 주인공이니까 결국은 이어질 것이라는 헛된 믿음.

영화의 주인공이기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선입견처럼 우리의 현실에서도 이런 헛된 믿음이 굳건한 관계들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결말이 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남여주인공이 이어지지 않은채로 끝났으니까. 두 주인공은 한 마디의 말로 인해 헤어졌다. 서로를 좋아하고 좋아했지만, 그 한 마디의 말로 인한 상처가 너무 커서 헤어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단 한마디의 말로도 틀어질 수 있는 것이 사람관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말 한마디가지고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거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한 마디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머릿속으로 했던 생각들까지 생각한다면 그 말은 겨우 한 마디의 말로 치부될 수 없다. 

말을 포함한 그 모든 생각들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영화에서는 남자친구인 우연이 친구에게 한 말을 승희가 우연히 듣게 된다. 우연은 "승희를 만난 것을 후회할 까봐 겁나. 대학 졸업반 때 승희를 만나지 않았으면 다칠 일도 없었을 거고 1급 따서 취직 잘했을 거 아냐. 딱 그때부터 꼬여버린 것 같단 말이야."라는 후회어린 말을 했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물론 상황이 좋지 않았다. 승희를 감싸려다 다친 어깨때문에 1급 임용시험에서 떨어지게 되고 취직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만나고 사랑한 것을 후회한다는 그 말은 너무도 잔인한 말이었다. 헤어질만큼.


우리는 정말로 해피엔딩이라는 마법에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 공주님과 왕자님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책 이야기처럼 그렇게. 현실이 동화책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우리의 관계가 그렇게 쉽게 끝이 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아래,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있을수도 있다.


항상 내 곁에 있는것이 당연한 존재는 없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 그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렵다면 이런 오만을 내려놓는 것이 먼저다.

진정 해피엔딩을 바란다면 소중함을 먼저 알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자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