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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pr 11. 2019

만질 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영화 <파이브 피트>를 보고.

고통뿐인 시한부 인생과 죽음 사이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의미없이 살아가는 윌과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강박적으로 치료에만 몰두하는 스텔라, 그리고 자신의 병과 자신의 상황으로 인한 두려움에 겁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포까지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병에 걸린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파이브 피트>


윌과 스텔라는 첫눈에 반했다 싶을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게 된다. 닿을 수도, 가까이 서 있을 수도 없지만 둘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리인 6피트를 5피트로 줄이며 서로에게 한 발자국 다가서서 연애를 시작한다. 둘은 밤새 수영장에서 놀며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또 병원 복도를 걷기도 하고, 윌의 생일을 맞아 서로의 친구들까지 초대하여 생일파티를 하며 함께 며칠의 시간을 보낸다.


사실 스텔라나 윌, 포의 행동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저 병에 걸려 또는 다른 어떤 병으로 인해 그 상황에 놓여있다면, 저렇게 밝게 웃고, 용기를 내는 그 모든 행동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무모한 행동들이긴 하지만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는 매순간이 더 소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윌과 스텔라가 둘만의 해피엔딩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멈춰지지 않을만큼 간절했다.

시한부 인생으로 인해 또래의 다른 사람들보다 죽음이 가깝다는 것은 이미 본인도 알고, 영화를 보는 관람객도 아는 사실이기에 최소한 남은 시간만큼은 둘의 행복을 빌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나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이식받은 폐의 생존 기간은 5년인데, 영화의 후반부 스텔라는 폐 이식 수술에 성공하게 된다. 한 순간에 죽을 수도 있는 병인만큼 길다면 긴 시간인 5년동안 함께할 수 있길 바랐지만 인공호흡 한 번에 감염 검사를 해야하는 자신들의 상황으로인해 윌은 스텔라의 곁을 떠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껏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준다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너를 사랑하며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어."

계속 함께 있고 싶어도 함께 있으면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손을 잡고 싶고, 안고싶고,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래도록 남들처럼만 살아가고 싶어지기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이별할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스킨십은 자연스럽고 또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윌과 스텔라, 그리고 포처럼 질병으로 인해 가까이 서 있는 일조차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억지스러운 신파 영화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 보다는 어떠한 장애와 벽이 있어도 가능한 것이 사랑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을 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많이 사랑하기 위해 스킨십을 하고, 그 사람의 온도, 향기, 품이 좋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지만, 닿을 수 없어도 마주보는 시선으로 상대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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