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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pr 17. 2019

그냥 위로받고 싶을 뿐이에요.

"사회생활해봐. 지금 힘든거? 힘든 축에도 안들어.",
"아직 어려서 그래. 나이들어봐. 아무것도 아니야"


서운해서 주저 앉고싶어질 만큼 잔인한 말이다. 대체 그 '사회생활'이 뭐고, '나이'가 무엇이길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르다. 단순히 세대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만큼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청년이라는 시간은 겪었지만, 이 환경을 겪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삶이 힘들지 않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아직 그 나이가 되어보지 못했고, 그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어떤 힘겨운 시간을 견뎌냈는지, 청년세대인 나는 알지 못하지만 힘든 시간을 견뎌내어 왔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나는 청년으로서 우리 세대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청년 고용률은 최저, 실업률은 최고를 찍고 있고, N포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몇년만에 수없이 많은 것을 포기하다 연애와 결혼, 아이까지 포기한지도 오래되었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안정적인 일을 해야하고, 그렇게 취업을 해도 등록금으로 인한 빚부터 갚고 나서야 겨우 내 돈을 모을 수 있는 세대가 되었다. 그저 내가 남들만큼 평범하게 살기 위해 또 다른 남을 꺾어가며 전쟁에서 이기듯이 이겨야 하고,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마냥 진 사람은 설 자리조차 쉽게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무엇하나 쉽게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다면 그저 공감해줄수는 없을까.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지만 공감 에세이 서적들이 한 권, 두 권 등장하더니 이제는 어느 서점을 가나 진열대에 빠지지 않는 책이 되었다. 너나 할것없이 책을 읽으며 위로받고, 공감받는다. 물론 책을 통해 위로받는 것이 나쁘진 않다. 책은 온전히 그 세계 속에서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위로받는다는 것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거나 공감받는 일이 어렵다는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모두들 그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니까. 힘든일은 그냥 힘든 일이다. 누군가의 힘들다는 말에 그저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줄 수는 없을까. 그저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수는 없을까. 다른 어떤 말이 아니라, 그저 그 말이면 될텐데.


서점에 가득한 공감에세이 서적을 보면서, 위로와 공감없이 혼자서 살아가는 일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사람을 너무 외롭고 지치게 만들기에 우리는 지금 공감에세이 서적을 통해 모르는 사람에게서라도 위로받으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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