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May 18. 2019

'생명을 구조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얼마 전 전국 각지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강원도에서는 고성, 속초와 강릉, 동해, 인제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이 발생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 872대, 소방관 3251명이 강원도로 집결했고, 군 헬기 23대를 비롯해 110여 대의 헬기도 동원되었다. 이러한 국가재난급 대형 산불을 계기로 소방공무원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금 이슈가 되면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이 넘는 동참이 이루어졌다.


현재 소방관의 약 99%는 지방직 공무원이다. 지자체 예산이 제각각 다르다보니 지원되는 소방 인력과 장비 규모가 달라지고, 이는 결국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안전 서비스에도 격차가 생기기 때문에 국가직으로 전환하여 소방재정 충당과 노후된 장비 교체, 그리고 각종 수당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소방관들의 처우개선에는 동의하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 역시 있다. '소방관 눈물닦아주기법'이란 이름이 너무 감성적 포퓰리즘이라는 견해도 있고, 지금의 지방자치 시스템에도 충분한 이점이 있음에도 국가직 전환 이외의 방법이 없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소방관 국가직을 외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은 옳고 그름으로 간편하게 나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각자의 입장이 다르고, 각자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고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고, 그렇게 나온 결과가 중요한 일이다.


사실 나는 국가직이냐 지방직이냐, 이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직과 지방직 모두 각각의 시스템상에서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떠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방관과 위험에 처한 국민들을 지켜주는 장비들이 노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소방관들이 국민의 생명을 구하다가 순직할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정이 안정적이길 원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재정은 장비가 노후되기 전에 자주 교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고, 그들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주기적으로 상담받고 치료할 수 있는 재정을 확보해준다.


소방관의 평균수명은 58.8세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평균 수명인 82.7세의 근처에도 못미치는 나이이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순직할 위험뿐만 아니라, 매일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참혹한 현장들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그러다 끝내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 있기 때문이다.


소방관 역시 국민이고, 그 이전에 사람이다.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소방관의 일이지만, 위험에 처한 그 사람을 구하며 소방관이 도리어 위험에 처하고 있다. 그렇기에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대선이나 총선, 그리고 여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말 소방관들과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FIRST IN, LAST OUT.

현장에 맨 먼저 들어가 위험에 처한 생명을 모두 구한 뒤, 마지막으로 나오는 소방관들.

우리는 지금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방법을 마련해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스스로의 미래가 무서워지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