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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Jul 09. 2019

사랑하지만,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들이 아닐까.

영화 <HER>을 보고.

테오도르와 캐서린, 에이미와 찰스, 그리고 테오도르와 사만다. 영화 속 세 커플이 그랬던것처럼, 우리도 어쩌면 내가 바라는 이상형의 모습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끼워맞추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이상형과 일치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일부분일 뿐,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이 내 이상형과 일치할 수는 없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서로 너무나도 대화가 잘 통하고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테오도르가 모르는 인공지능들만의 세상에서 사만다는 동시에 수천 명과 대화를 하 테오도르 이외에도 641명의 존재를 사랑하고 있었다. 테오도르만큼 사랑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한다는 테오도르의 생각과는 달랐다. 그렇게 서로 깨달았다. 우리는 참 다르다는 것을.

어쩌면 인공지능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보여주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나의 기준과 생각에 상대방을 끼워맞출 수 없다는 것을. 인공지능인 사만다뿐만 아니라, 사람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자신만큼 청소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에이미를 찰스가 못견뎌했고,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 듯한 테오도르를 캐서린은 견디지 못했으며,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사만다의 모습을 테오도르는 이해할 수 없었기에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에이미는 지금 당장의 청소보다는 잠깐의 휴식이 먼저였을 뿐이고, 테오도르는 현실만큼이나 감성 역시 중요했을 뿐이다. 사만다 역시 인간의 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들과 사랑이 더욱 본인에게 맞았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다른 생각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취미나 웃음 포인트, 취향 등이 비슷해 친밀감을 느끼고 쉽게 가까워질 수 있지만,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서로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행동,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휴식이 필요한 때나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 등 모두 다른 생김새처럼, 우리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비슷한 부분보다 훨씬 많은 부분들이 다른 우리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에 상대방을 끼워맞출 수 없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씩 맞춰가려 노력할 뿐이다. 억지로 끼워맞추려 할수록 지쳐가고, 결국 떠나게된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이상형은 나의 기준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다. 닮아갈수는 있지만 강제로 끼워맞출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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