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란 무엇일까?
자존감이란 자아존중감의 줄임말로서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태도를 뜻한다.
자존감을 영어로 나타내면 self-esteem이라고 하며, 이를 각각 풀어보면 self는 자기 자신, esteem은 존경을 뜻한다.
즉, 스스로를 얼마나 존경하느냐로 정리할 수 있다.
자존감과 관련된 연구들을 살펴보면 자존감을 하나의 특성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구성요인으로 이뤄진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 최선인지 여전히 논제로 남아있다.
여기서는 Brown과 Marshall(2006)이 내린 자존감의 정의에 따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Brown과 Marshall은 자존감을 전반적 자존감(global self-esteem)과 영역 특수적 자존감(domain specific self-esteem), 그리고 상태 자존감(state self-esteem)으로 나누었다.
먼저 전반적 자존감은 자신이 살아온 삶 전반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며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정도를 말한다. 시간과 상황을 불문하고 안정적인 속성이 있어서 Neiss 등(2002)은 기질이나 성향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으로 간주해서 특질 자존감(trait self-esteem)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영역 특수적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이나 특성이 드러나는 삶의 영역에 따라 자신의 자존감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피아노를 잘 치고, 악보를 볼 줄 알아서 음악 수업 시간에는 영역 특수적 자존감이 높다. 반면 운동은 잘 하지 못하고, 야외에서 노는 것을 싫어해서 체육 수업 시간에는 영역 특수적 자존감이 낮다. 여기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반드시 낮은 자존감을 가졌을 거라는 추측이 착각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설명된다. 공부를 못하더라도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 대한 영역 특수적 자존감은 높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자기 가치 유관성(contingency of self-worth) 개념으로 보면 전반적 자존감과 영역 특수적 자존감을 나누는데 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자기 가치 유관성이란 누구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영역이 있다고 전제한다. 해당 영역에서 자기가 세운 기준의 도달 여부가 자존감 전체를 좌우하므로 특정 영역에서 자존감이 높아도 가치 영역이 아니면 전체적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상태 자존감이 있다. 이는 일상에서 타인으로부터 비난이나 모욕을 느끼는 경험에 의해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칭찬이나 격려를 받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야단치면 아이의 상태 자존감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타고난 전반적 자존감과,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영역 특수적 자존감을 하나로 묶어 특질 자존감으로 말할 수 있고, 타인의 평가 혹의 자신의 평가로 인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상태 자존감의 영역으로 개인의 자존감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럼 특질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살펴봄으로써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특질 자존감은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도 안정적인 특성이 있고, 유전적 요인으로 본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느낌은 존중받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은 경험이 필수다.
이렇게 안정적인 특성은 언제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자.
많은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처음으로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대상은 바로 부모다.
아이가 배고프거나 변이 마렵거나 몸이 아프면 대개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의사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기 목소리의 높낮이, 울음의 여부, 눈 맞춤, 표정, 몸의 움직임과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의사표현은 바로 눈을 맞추는 행위다.
부모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를 통해 아이가 배가 고픈지, 변이 마려운지, 몸이 불편한지 확인한다.
몇 번의 실패 경험만으로도 부모는, 특히 엄마는 어느새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근접성이 중요하다.
스스로 말할 수 없고, 스스로 움직여 자신의 욕구를 해결할 수 없는 아이의 곁에 부모와 같은 주 양육자가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까이 있다고 아이의 모든 욕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움직임에 가까이 있는 부모가 반응성을 보여야 한다.
아이가 변을 봤으면 기저귀를 갈아 주어야 하고, 배가 고프면 젖을 주어야 하며, 몸이 아프면 약을 먹이고, 놀랐으면 진정을 시켜주어야 한다.
즉, 아이의 욕구를 부모나 주 양육자가 적절히 알아차리고, 알맞은 반응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 12명을 8명으로 낮추려는 법제화 움직임은 바로 이와 같은 근접성과 반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과도한 서류작성과 같은 업무로 아이들 옆에 교사가 머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아이의 곁에서 부모나 주 양육자가 보이는 반응은 일관적인 편이다.
마치 변하지 않는 자연환경처럼 아이들에게 부모나 주 양육자의 반응은 환경 그 자체인 셈이다.
아이들에게는 넓은 집과 맛있는 음식보다 부모가 가까이 있고,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이때 아이는 부모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이는 부모와의 관계성을 높인다.
심리적인 안전 기지가 생긴 것이다.
영아기를 지나 유아기가 되고, 스스로 말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자기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만져보고, 맛보고, 두드리고, 흔들어 댄다.
세상을 자신의 오감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무것에나 손을 대고, 입으로 맛을 보며, 손만 대면 두드리고 흔들다가 부숴버린다.
이때 부모가 보이는 반응이 바로 아이의 상태 자존감에 영향을 준다.
아이에게 세상은 미지의 세계다.
캄캄한 밤에 혼자 산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온몸이 긴장된다.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불안을 안고 산길을 다 넘고 나면 온몸이 식은땀에 젖어있고 다리는 맥이 탁 풀린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모르는 세상을 마주하고, 그 세상을 탐험하다 돌아왔을 때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바로 아이의 상태 자존감을 좌우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경우가 있다.
기어 다니다가 눈앞에 보이는, 혹은 손에 잡히는 물건을 잡고 입에 가져간다.
이때 부모가 화를 내고 야단을 치며 물건을 빼앗느냐, 아니면 웃으며 눈을 맞추고 무엇인지 궁금했구나 하며 아이의 욕구를 들어준 후 천천히 아이의 손에서 물건을 빼내느냐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상태 자존감이 다르다.
앞서 상태 자존감은 때와 장소에 따라 타인이나 자신이 내리는 평가에 대한 감정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항상 높은 상태 자존감을 경험하는 것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내 아이 기죽이지 말라’는 표현이 있다.
이를 자존감으로 바꾸어 표현하면 내 아이의 상태 자존감을 낮추지 말라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내 아이 기죽이지 말라는 표현이 아이의 상태 자존감을 낮춘다.
마지막으로 그 까닭을 살펴보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조용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에서 아이들이 소리치며 뛰어다닐 때가 있다.
이때 주변에 있던 어른이 야단이라도 치려고 하면 왜 내 아이 기를 죽이느냐며 따지는 부모들이 있다.
아이의 부모는 왜 적반하장이 되는 걸까?
그건 바로 아이의 상태 자존감이 낮아질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과연 부모는 아이의 자존감을 보호하고 있는 걸까?
앞서 언급한 대로 특질 자존감은 영역 특수적 자존감을 포함한다.
즉,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는 영역에서도 자존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한다.
타인의 불행위에 자신의 행복을 구축해서는 안 된다는 삶의 기본 철학을 문장이 아니라 삶으로 읽지 못한다.
이는 부모의 곁을 떠나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부정적 평가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즉, 낮은 상태 자존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오히려 부모가 자녀의 기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그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했을 때 완성이 된다.
마치 남의 앞을 밝히면 내 앞이 밝아지듯이. 결국 자기 내면에 빛나는 가능성이 있음을 깊이 확신하고, 타인의 가슴속에 찬란한 잠재력을 꽃피우도록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결국 자신의 성장을 위한 길임을 알게 하는 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1. Brown, J. D. & Marshall, M. A.(2006). The threee faces of self-esteem. : Self-esteem issues and answers. A source book of current perspectives, 4-9.
2. Neiss, M.B., Sedikides, C., & Stevenson, J. (2002). Self-esteem: A behavioral genetics perspective. 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 16, 1-17.
3. Crocker, J. & Park, L. E. (2004). The costly pursuit of self-esteem. Psychological bulletin, 130(3), 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