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된 윪
나는 아직까지 나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슬프고 화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데,
이 감정이 향하는 곳은 세상이다.
해결할 수 없다. 원래도 원망스러웠는데, 요즘 많이 원망스럽다.
생각보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으며 나 또한 하루를 살아가는데 무기력하다.
무기력.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바뀐다.
자꾸 나만 정체되어 있는 기분을 넘어서 뒷걸음칠 치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종교를 가져야 할까? 마음이 동났다.
없어져버렸다. 취업 준비라는 것은 자꾸만 나를 간절하게 만든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꿈이 직업이 되어선 안되지만, 직업은 내 꿈으로 되어 버렸고 이루지 못한 삶은 가치가 없다.
그래서 가치 없는 인생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자꾸만 나를 채찍질 한다.
나를 도와주지 않는 세상도 탓한다. 그냥 대교 위에서 소리만 치고 싶은 기분이다.
막막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결국 현재, 지금에 답이 있는 걸 알지만 자꾸만 고꾸라지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가 어렵다.
엊그제는 YBM 영어 강좌를 등록하러 갔는데, 나보고 대학생이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거리낌 없이 네, 대학생이에요 말했고 학생증을 요구하길래 줬다.
고학번이여서 모바일 학생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졸업생이었다.
그 순간 깨닫고 아,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구나와 함께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일어났다.
그냥 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사회 변두리에 있는 나를 생각해보았다.
전체집합에는 있지만 무수히 많은 교집합에 속하지 않는 나를.
매일 꾸준히 일어나 전화 영어를 하고 미열람된 이력서를 보면서도 채용공고를 보러 잡코리아에 들어간다.
미열람은 싸여져 가고 새로운 공고는 올라오고.
나는 아직도 읽히지 않은 서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화가나도 우울해도 살아가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 살아가야 하는 마음.
나는 일상 루틴을 짜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기에 최초 공개한다.
오전
7시 기상
7시 10분 영어회화 공부
8시 프렌즈 시청
8시 40분 전화 영어회화
9시 20분 밖에 나가서 걷기
10시 20분 씻기
10시 40분 방 청소
11시 아점
12시 카페가기
한번 아침 루틴을 이렇게 해보고 실천해봐야 겠다.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겨 실컷 흘러가게 냅뒀으니 이제 한번 저항도 해보려고 한다.
아님 더 즐기는 거일지도.
알람을 다 맞추고 해봐야지. 삶의 주도권이 내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