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된 윪
면접은 나 또한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다
바야흐로 2-3주전, 나에게 2차 면접 기회가 왔다. 원래는 가고 싶던 회사였지만 이래저래 사정으로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도 정규직이고 나와 관련된 분야였다. 내가 원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관련된 어쩌면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일지도.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이 기업에 면접을 보러 가야할지 말지. 1차 면접은 좋았지만 그 후 과정이 안 좋아서 나는 가기 싫었다. 그래서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모두 다 보러 가라고 했다. 임원 면접을 경험해서 좋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합격도 안 했는데, 굳이 지금 거절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보러 갔다.
나름 괜찮은 회사였지만 나는 항상 면접장이 중요했다. 어떤 회의실에 테이블이 작게 있고 두명의 임원이 있었다. 사실 내가 대외활동 했던 면접장보다 못해서 조금은 실망했다. 여하튼 면접을 보는데, 성실히 산업에 대해서도 답변을 이어갔다. 임원면접은 직무보단 전체적인 산업을 물어본다. 앞으로의 회사가 어떻게 될지? 이런 질문.
잘 말했다. 나는 확신했다.
하지만 나의 이력서엔 다른 것이 적어져 내려갔다.
나의 아버지 직업, 가족관계, 고향, 자취의 유무.
나는 면접자이지만 내가 일할 곳을 정하는 근로자다. 나는 임원의 질문이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과 일을 함께 할 수 있을지 나 또한 판단했다.
당신들도 그러하듯이.
여전히, 여전히 존재하는 그런 질문들
임원 면접이 모두 다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물어봤다.
부모님은 원래 그렇다고 했다. 나는 원래 그런게 어딨냐고 했다.
어떤이는 가정환경이 회사에 영향을 미치니 안정적인지 묻는 거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말도 안 됐다.
노동자는 근무를 하면 되고 가정환경은 중요하지 않다. 업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뿐더러 그냥 말이 안된다. 다양한 모양의 인생이 있는데, 직장에서 그것을 판단해서 무엇하랴.
그저 연관이 없다. 정말 연관이 없다.
이런 차별들은 언제쯤 없어지는지, 나만 또 예민한것인지, 머리가 복잡했다.
첫번째로 아버지의 직업은 내가 살아온 경제환경을 너무나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의 직업은 어떤 삶을 살았고 특히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쉽게 인생을 유추할 수 있다.
내 아버지가 외교관이면? 해외를 많이 다니고 안정적인 근로 임금이 나왔겠구나 라는 유추.
내 아버지가 일용직 근로자라면? 하루 하루 먹고 살기 바빴겠구나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라는 유추.
이렇듯 쉽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대입할 수 있다. 저 고정관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또한 왜 엄마의 직업은 묻지 않는지.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히 아버지일거라는 고정관념과 경제적 상황을 유추하려는 태도가
실망스럽다.
두번째는 나의 가족관계. 내가 형이 있건 오빠가 있건 언니 누나 여동생 남동생 할머니 할아버지 조카 삼촌 등등 누구와 있던 간에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 내 가족관계와 나이터울이 도대체 왜 면접에 필요한 정보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형제의 군복무 여부....^^
세번째, 나의 고향. 직장은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다. 고향이 어디든지 상관이 없다. 일만 잘 하면 된다. 하지만 고향을 왜 물어볼까? 지역감정? 지역편견? 뭐, 어느 지역에서 나고 자라면 어떤 성격으로 형성 되나? 당연히 문화와 지역 특성의 영향을 받지만 그게 직접적인 성격형성에 과연 미칠까? 그리고 그게 업무에 무슨 상관 인가 도대체. 내가 어떤 지역 사람이든지 나는 그 업무에 적합한 사람인지만 판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자취여부. 사실상 자취여부를 묻는 건 나중에 해도 괜찮고 여튼 그렇지만, 회사에서 내 개인정보와 주소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자취를 이야기하는 건 좀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흉흉하기도 하고 나의 프라이버시인데 면접에서 말하기가 좀 그렇다.
여튼 직무와 산업에 관한 이야기는 열심히 들으셨지만 적지 않으셨다. 내 이력서 빈칸에는 저 네 개의 정보가 적혀가는 걸 내 눈으로 봤다.
나는 결국 최종합격을 하였고 거절했다.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없었다. 나의 가족은 나를 존중했다.
나는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그냥 꿈을 포기 하지 말고 꾸준히 밀고 나가기로.
어려운 길이여도 어차피 어렵고 다 개같으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어제는 좋았다 오늘은 나빴다 내일은 모르겠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이 불안보다 안정이 더 나쁘다는 결론이 났다.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할까? 후회해도 나는 훗날 후회하지 않는 선택으로 만들것이다.
언제나 느끼지만 선택 후가 더 중요하다.
모두들 회사는 갑이고 나는 을이라는 생각을 접어두길. 우리는 평등하고 서로가 서로를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여도 나를 잃지 않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여유가 당신들에게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