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 백조의 성)을 찾아 독일 퓌센 (Füssen)으로 향한다. 3시간 여만에 퓌센에 도착, 저 멀리 바위산 중턱에 자그마한 성이 보이는 호엔슈방가우(Hohenschwangau) 마을에 들어서니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여행 중에 뜻하지 않은 특별한 이벤트를 만나는 일은 여행자가 누리는 커다란 행운이다.
초원 한가운데 그림 같은 교회를 중심으로 독특한 복장의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예쁜 전통의상으로 단장을 한 여인들과 말을 달리는 남자들은 이들을 내려다보는 고성과 어우러져 우리를 아득한 과거 속으로 인도한다. 대형 브라스밴드가 연주하는 경쾌하고 웅장한 음악은 축제분위기를 한껏 높여준다. 소와 말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널따란 초원에 온 동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춤추고 노래하고 먹고 마시며 축제를 즐기는 이 조그만 시골은 지금 온 세상 사람을 끝없이 불러들이고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주차장에 들어차 있는 차량들은 영락없이 자동차 공장을 방불케 한다. 도로변에 즐비하게 들어선 카페와 식당 그리고 기념품 가게는 광장을 꽉 채운 여행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유럽 땅을 밟은 지 28일째, 방문하는 곳마다 넘쳐나는 사람들 속을 헤맸지만 오늘 내 눈에 들어온 관광객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동서양의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남녀노소가 모두 모여 있고, 잠시 걸음을 멈추면 귀에 익숙한 말과 낯선 언어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마치 방언을 듣는 듯하다.
저 작은 성 하나를 보려고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인들이 이곳을 향하고, 저 작은 성 하나로 온 마을이 대대손손 생업을 이어간다. 한 지역의 문화유산 하나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떻게 전달되며 지구촌 사람들에게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는가에 따라 작은 시골마을의 크지 않은 성 하나는 독보적인 존재로 그 위상을 빛내고 있다. 문화유산의 유래와 역사와는 별개로 부여받는 힘이다. 물론 백조의 성은 더할 나위 없이 섬세하고 아름답고 우아하다.
관관명소는 자기 나라의 존재를 세계 곳곳에 널리 알리고 가치를 드높이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와 다름없다. 작은 시골마을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오로지 백조의 성 때문이다. 백조의 성은 곧 독일이다. 독일은 백조의 성을 만나기 위해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유일한 곳이다. 한 국가가 소유한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찾아온 우리들을 향한 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