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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Jun 17. 2021

[팟캐스트책쓰기]⑧첫 고정 수익의 시작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올라타다

2017년은 오디오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던 해였다. 2016년 9월에 SK텔레콤에서 국내 최초 한국어 AI스피커 '누구'를 내놓았다. 2017년 7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가 나오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카카오 이후 네이버가 자사 인공지능 솔루션 '클로바'로 구동하는 AI스피커를 내놓았다.  


   

이보다 뒤늦었지만 구글과 아마존도 한국어가 가능한 AI스피커가 유통됐다. 음성으로 조명 등 집안 기자재를 제어하고, 배달음식을 제어하는 시대가 된 듯 했다. 2000년대 초 한창 유행했던 '유비쿼터스 시대'로의 진입이 멀지 않아 보였다. 


문제는 콘텐츠. 카카오미니는 멜론에 탑재된 음악을, 클로바는 네이버뮤직 등의 음악을 스트리밍해줬지만, 주구장창 음악만 들을 수 만은 없었다. 음성을 통한 집안 제어도 당장은 실행되기 힘들었다. 


실제 SK텔레콤 AI스피커 '누구'는 출시 초기부터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IPTV에 연결된다고 했지만 큰 쓸모는 없어 보였다. 멜론 계정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 외에는 쓸 일이 없었다. 


음성으로 들을 만한 콘텐츠가 필요했다. 라디오 혹은 팟캐스트 같은 음성 콘텐츠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수면 밑에 있던 팟빵 플랫폼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AI스피커에 대한 '무쓸모' 논쟁이 일어날 무렵 네이버가 움직였다. 2017년 초에 오디오클립이라고 하는 음성 콘텐츠 플랫폼을 만든 것. 본인들은 기존 팟캐스트와는 다른 음성 콘텐츠 기술 플랫폼이라고 우겼다. 배우 유인나의 음성을 합성하기도 했고, 이후 오디오북을 팔기도 했다. 


AI스피커의 보급과 네이버의 음성콘텐츠 시장의 진입은, 팟캐스트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팟캐스트를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물론 그때도 나꼼수 멤버 중 하나였던 김용민 씨가 팟캐스트 플랫폼 셀럽으로 활동하면서 꽤 많은 수익을 거뒀다. 경제 분야에서는 경제팟캐스트 '불편한 진실'이 수위에 오르면서 짭짤하게 돈을 벌 때였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는 비전업 팟캐스트 제작자 입장에서는 수익은 요원하기만 했다. 콘텐츠 분야도 경제 분야에 한정돼 있다보니 소위 말해 '뜨는 게' 쉽지 않았다. 


오디오클립으로 시장 확장 


그 즈음 뉴스 하나가 떠올랐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예정자가 2016년 12월 한 강연에서 음성 콘텐츠 분야에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뉴스다. AI스피커 시대를 예감하고 있던 때에 시기 적절한 투자 약속이었다. 


2017년 네이버가 오디오클립 정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던 것도 알고 있었다. 구독자 1000명이 넘어가면 제주도 여행을 보내줄 정도로 창작자 모집과 그들의 제작 동기부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당시 팟빵의 수익 구조는 전형적인 압정구조였다. 김용민 씨처럼 소수 셀럽은 돈을 버는 구조였고 대다수 제작자들은 자기 콘텐츠 홍보에 만족하고 있던 때였다. 혹은 '네이티브 광고'라고 해서 직접 광고주의 광고 수주를 받아 제작을 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구조였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시장 선점자로서 자리매김하자는 결론을 내리게 됐고 2017년 10월 네이버 오디오클립 측에 정식으로 입점 문의를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창작자를 선별해 입점시키는 형태였다. 꾸준하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미뤄 짐작컨대 네이버가 되도록이면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휘말리지 않겠다라는 의도도 다분히 보였다. 팟빵이나 실시간방송으로 인기를 모았던 아프리카TV 등은 진행자들의 실언이나 정치적 편향성으로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특히 팟캐스트는 '나는 꼼수다'의 영향이 커서였는지 진보적 성향을 띈 채널들이 인기가 많았다. 팟빵처럼 비교적 작은 업체에게는 '노이즈마케팅'의 하나가 될 수 있지만, 네이버처럼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네이버가 정치적 성향을 띈다거나 혹은 지나치게 이를 강조하는 창작자를 방조해서 사회적 논란이 야기될 때 등이다. 


그래도 우리는 경제라는 흔치 않은 카테고리를 갖고 뛰어들었기 때문에 큰 걸림돌 없이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첫 콘텐츠는 비트코인을 주제로 2017년 12월에 업로드 됐다. 


쏠쏠한 젓줄이 된 네이버 창작지원금 


시장 선점 전략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졌다. 경제유캐스트라는 이름으로 오디오클립에 입점했을 때 순번이 444이었다. 444번째 채널이라는 얘기. 이미 시작했다가 운영을 중지한 업체들도 있었기 때문에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순위 300위 안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어지간해서는 전체 순위 1000위 안에 들어가기 힘들었던 팟빵과 비교할 수 없었던 순위다. 


경제카테고리에서 이는 빛을 발했다. 구독자 수 기준 10위권 밖이었지만 1년이 안되어 4위권 내로 진입했다. 팟빵 경제 카테고리에서는 50위 내로 들어간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성과였다. 나름의 동기부여도 됐다. 


그런 즈음 2019년 2월부터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새로운 정책을 시작했다. 오디오클립 창작지원자들에게 직접 창작 지원금을 준다는 것. 구독자 증가 수, 조회수, 좋아요 수 등을 계산해 돈으로 지급하는 형태였다. 팟캐스트를 시작한지 3년이 다 되어갈 정도가 됐지만 아무런 수익원이 없었던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30만원 정도가 매달 네이버페이포인트로 들어왔다. 2019년 2월부터 죽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 파트너스퀘어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어졌다. 소상공인과 스몰창작자들을 돕겠다는 네이버의 취지 덕분에 다시 채널 운영에 대한 동기가 커졌다.     

 

당시 채널에 대한 유지 비용이 솔찮게 들어가던 때였다. 팟캐스트 전용 스튜디오 단팟을 이용하곤 했는데 30분당 녹음 비용이 6000원이었다. 일주일에 1만2000원, 한달에 거의 5만원 가까이가 녹음 비용으로 나갔다.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진흥책 덕분에 이 비용을 상쇄하고도 소소하게나마 남는 상황이 됐다. 


사실 네이버가 창사 이래 콘텐츠를 올리는 것 자체만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은 오디오클립이 처음이었다. 네이버TV도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정도였다. 


5명의 멤버에서 사실상 2명으로 줄고 채널을 더 운영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던 우리에게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진흥책은 단비가 됐다. 우리는 이를 갖고 채널을 유지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발판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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