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하다보니 생기는 기회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대중적으로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를 통해 알려졌다. 실은 안데르스 에릭손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교수가 1993년 발표한 논문에서 등장한 개념이라고 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하루 3시간씩 10년을 하면 1만시간이 된다.
최근에는 이 1만 시간의 법칙이 틀렸다는 말도 있다. '1만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통해 안데리스 에릭손은 '무조건적인 1만 시간 채우기'를 배격한다. '고도화' 단계에서 고수의 도움을 받아야 진정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절묘하게 통하는 분야가 있다. 남이 하지 않는 분야다.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인용된 부분이긴 한데 2차대전 이전 1920~1930년대 뜀틀 체조 선수들과 21세기 뜀틀 체조 선수 간 퍼포먼스는 판이하게 다르다. 100년전 체조 선수의 뜀틀 퍼포먼스는 순수 아마추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올림픽에 나와 메달까지 땄다.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만 가능한 시절이다.
왜 그럴까. 100년전에는 '남이 하지 않았고', '경험치가 쌓이지 않았던 때'다. 100년 전 체조선수들은 그 시절 선구자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마추어적이고 유치해보이기까지 하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시절에 나름의 1만 시간(어쩌면 그 이하)을 쌓고 나온 이들이다.
남들이 열심히 하고 경험치와 노하우가 횡행하는 곳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벽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이 하지 않는 곳, 혹은 관심이 덜한 곳에서 자기만의 독자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기량을 발전시키기는 쉽다. 분명 그곳에서 프로는 존재할 터인데, 그들의 시각에서 실력이 부족해보일 수 있다. 때로는 그들과의 비교가 자극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다른 개인과 비교했을 때 자기만의 독자 영역이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물론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인지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남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인정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날 모르는 누군가가 해줄 때 그 단어의 뜻이 비로소 분명해진다.
◇팟캐스트 제작 편집에 참여
2018년 2월 어느 날. 서울 서대문역과 충정로역 사이를 총총이 걸어가고 있을 때 깨방정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왔다. "선배~!" 회사 후배로부터 온 전화였다. 그를 아는 회사 모든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후배이기에 반갑게 받았다.
"제가 취재원으로 알고 있는 워킹맘연구소 소장님이랑 얘기를 하다가, 워킹맘 팟캐스트를 하려고 하는데, 선배, 편집 하는 거 어려워요? 제가 좀 배워볼까요?"
어느덧 회사내에서도 팟캐스트를 한다는 소문이 났던터라 자문을 구하는 사람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소리소문없이 사부작사부작 특이한 일을 해대는데 그 중 하나가 팟캐스트였다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도 팟캐스트 편집을 알려달라고 하니,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지 난감했다. 마이크부터 말해야 하나, 편집 프로그램을 알려줘야 하나.
팟캐스트 제작에 대한 고민 상담은 팟캐스트 채널 제작에 대한 참여 권유로 이어졌다. 워킹맘들을 위하는 채널이란 주제 의식이 명확했고, 다른 이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지 못했던터라 주요 출연진 겸 PD 겸 해서 참여키로 했다. 언제까지가 될지 몰랐지만 시간적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팟캐스트니까. 만약 유튜브 채널을 하나 더 만들자는 제안이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때마침 콘텐츠도 풍부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이수연 워킹맘연구소 소장이 있었고 후배는 워킹맘을 주제로 전문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뉴스펀딩을 통한 팬까지 확보했다. 얼마지 않아 공개 녹음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2~3개월을 뒤짚고 엎고 다시 녹음하는 식의 시행착오 시간을 겪고 2018년 6월 첫 콘텐츠가 올라갔다. 경제가 아닌 육아라는 분야, 게다가 다수의 청취자가 여성일 것이라는 점에 긴장이 되긴 했다. 워킹맘 분야를 워낙에 잘 아는 두 전문가가 있다보니 기획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더 좋았던 것은 수익이 생겼다는 것. 이 소장은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개별 계약을 해서 콘텐츠에 대한 수익을 배분했다. 그 분야 전문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3인에게 똑같이 수익을 나눠줬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때에 수익이 생겼다.
◇라디오에도 찬조 출연
팟캐스트를 만든다는 것은 지상파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참여할 기회로도 연결됐다. 물론 프로 제작자들이 보기에 방송용 인재는 아니라서 임시 게스트가 대부분이었지만, 수익 면에서 쏠쏠했다. 만약 더 잘했다면 라디오프로그램 게스트로 한 두 프로그램을 꿰찼을 수도 있다. 목소리와 발음 등이 아마추어적이고, 말을 재미있게 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라서...
라디오방송 작가들이 의외로 팟캐스트 방송을 듣는다고 한다. 소재를 찾기 위한 목적도 있고 의외의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한 노력도 한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들 작가들이 내 팟캐스트를 듣고 '이 사람 섭외해야겠다'가 아니라 출연자 휴가나 펑크 등을 떼워야 할 때 '이 사람 팟캐스트 한다' 소문만 듣고 섭외를 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팟캐스트를 해본 사람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다를 것이니까.
최근 라디오방송국의 수익성이 악화돼 외부 게스트를 예전만큼 섭외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라디오 출연은 꽤 쏠쏠하다. MBC FM처럼 상업성이 뒷받침된 채널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출연해 10분 정도 얘기하는데 15만원 이상 준다. 물론 원고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 방송사까지 오가며 드는 시간 등을 합하면 박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들의 세계에서 진짜 방송을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약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런 약점을 잘 보완해서 고정 게스트 자리를 따내는 사람도 실제 있다.
게다가 출연 10분에 15만원이라면 단가가 높은 편이다. 아침 방송 등에 고정 출연한다면 한달 월급 가까운 액수를 수입으로 얻을 수 있다. 전문 방송인들이 많은 이유다.
다만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자기 PR에서 만큼은 TV나 라디오만큼 좋은 채널도 드물다고 본다. 물론 100만 유튜버라면 다르겠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팟캐스트 플랫폼 컨설팅도
'김팀장의 이직구직'으로 같이 팟캐스트를 제작하던 김영종 팀장이 2018년말부터 아프리카TV 자회사 '프릭'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 담당 전문가에서 뉴미디어 플랫폼사 대표로 경력을 쌓게된 것. 아프리카TV의 자회사 플랫폼 '팟프리카'도 시작하게 됐다. 팟빵과 오디오클립의 경쟁 서비스다.
김영종 대표는 팟프리카를 기획하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팟캐스트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저돌적인 그의 추진력 덕에 KBS에서 팟캐스트를 제작하던 PD와 함께 팟캐스트 가이드 프로그램을 10부작으로 만들었다. 2019년 3월 어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간에 걸쳐 약 5시간 녹음을 했고, KBS PD가 편집까지 해줬다. 개인적으로도 목돈 출연료가 들어와 집사람과 아이들에 큰소리를 칠 수 있었다.
(팟프리카 출범을 알리던 때 ‘오디오학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