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유튜브를 외면했던 까닭
유튜브는 전세계화된 동영상 콘텐츠 공유 네트워크다. 음성이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하려는 사람이라면 유튜브를 필수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유튜브 생태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 유튜브는 최선의 콘텐츠 플랫폼임에 틀림 없다.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들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다. 전세계 다양한 언어권과 연결된 이 생태계는 타임킬링용 콘텐츠부터 지식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올라와 있다. 음성 인식을 통한 자동 자막, 이를 각 나라의 언어 자막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있어, 21세기 콘텐츠 바벨탑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게 됐다.
유튜브를 운영하다 소름끼치도록 놀란 것 중 하나도 그들의 자막 형성과 언어 변환 기술이었다. 자막을 따로 만들 필요 없이, 대본을 바로 올리면 유튜브가 자동으로 타이밍을 잡아준다. 유튜브를 하는 이들은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유튜브는 이들이 올린 자막을 통해 '음성-텍스트 변환', '텍스트-음성 변환'을 학습한다.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의 음성 인식 기술은 앞으로도 더 고도화될 것이라고 본다. 확실히 최근 몇년 사이에 유튜브가 자동으로 변환해주는 자막의 정확성이 높아지긴 했다.
수십만,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몇몇 유튜버들의 신화 같은 스토리도 많은 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이웃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그들이 한달에 수천만, 수억원의 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도 유튜브는 방송사 중심의 영상 콘텐츠 시장을 어느정도 평평하게 해줬다. 실력있는 영상 기획·제작자라면 방송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생각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릴 수 있다. 시청자들도 유튜브를 통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유튜브를 애써 외면했던 이유
팟캐스트를 한다는 나와 윰기자도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팟캐스트 시장 자체의 성장성은 2019년께 정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구독자 확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팟빵의 조회수는 2010년대 중반과 비교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구독자 수는 2017년께 1000명에서 2019년 즈음 3000명으로 3배가 늘었지만... 네이버 오디오클립도 제작자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무척이나 하는 것처럼 보였다. 플랫폼 확장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됐다.
이 같은 판단에도 유튜브 제작을 2020년 초까지 미뤘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큰 것은 '시간'에 있었다. 촬영과 편집에 들어가는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전문 유튜브 제작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영상으로 무언가를 배포하려면 촬영, 편집 장비부터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스마트폰으로 대충 촬영해서 올리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편할 수 있다. 유튜브도 단순하게 팟캐스트 플랫폼처럼 '듣는 용도'로 활용하는 식이다.
실제 팟캐스트를 시작하던 초반에도 유튜브에도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그러나 영상 편집에 시간이 걸리고, 출연 패널 중 일부는 영상에 나오는 데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또 욕심이란 것도 있다. 청취자들에게 뭔가 친절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욕심. 최소한 출연진 소개 자막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컴퓨터 사양과 촬영장비, 조명 등에 있어 개선해야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회의실 같은 곳에서 간편하게 녹음하고 간단한 편집후 올리던 습관이 강하게 베어있던 터라, 이 습관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팟캐스트에서 더 잘했다면 사용자들이 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팟캐스트 초창기 초대손님을 불러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함께 제작하던 때 (사진 오른쪽부터 초창기 멤버 ‘쌍둥이아빠’, 나, 초대손님)
◇대세는 유튜브, 듣는 용도로라도 사용하자
그래도 대세는 유튜브였다. 듣는 용도라도, 유튜브를 외면하고서는 콘텐츠 유통 범위를 넓힐 수 없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2019년 12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했다. 장소는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유튜브 채널은 윰기자가 만들었다.
시간에 대한 부분은, 편집을 외부에 맡기기로 했다. 윰기자나 나나 직장인이고 일정한 수입이 있었기에, 이를 얼마정도 할애해 편집할 줄 아는 대학생이나 아마추어 편집자한테 맡기자고 합의를 했다.
윰기자의 친척 동생의 친구가 섭외가 됐고, 건당 비용을 지불하는 식으로 하기로 했다. 영상은 구글드라이브에 올려놓으면 그 친구가 다운받아 자막을 넣고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식이었다.
이름도 간단하게 축약키로 했다. 팟캐스트 채널 이름이 물신 풍기는 '오디오로 듣는 키워드경제'라는 채널명을 '경제유캐스트'로 줄였다.
영상이 업로드되고 유튜브도 시작하면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싶었다. 유튜브를 통해 수 천명의 구독자가 쏟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성장을 위한 확장은 이래서 좋은 거다'라는 자기만족감도 커질 때, 몇가지 문제가 생겼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는 것.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말했던 게 생각났다. '거의 모든 일의 90%는 계획대로 가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