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넘어 유튜브에 진입했지만... 너무나 다른 콘텐츠 문법
유튜브의 세계는 기대와 달랐다. 이미 실력 좋은 창작자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대형 방송사까지 유튜브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유튜브가 국내에 소개되던 2000년대 후반은 물론 2010년대 중반과도 시장 상황이 판이하게 달랐다. 콘텐츠에서 차별화되는 것은 물론 보는 사람을 끌어 당길 정도의 흡입력이 있어야 했다.
팟캐스트와 달리 보여줘야하는 요소도 많았다. 먼저는 자막. 영어권 팟캐스트와 달리 한국은 유난히 자막에 대한 중요성이 높았다. 자막이 있고 없고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랐다.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글로 보면서 소리로 들을 때 더 올라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자막이란 게 보기는 쉬워도 만들기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유튜브에서 자동자막을 생성해준다고는 하지만, 퀄리티 면에서 아직은 한참 멀었다. 일일이 소리를 들으며 치고 이를 편집프로그램에서 맞춰 배치를 해줘야 하는데, 이게 '노가다'다.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린지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조회수는 여전히 이 정도 수준. 일반적인 유튜브 시장에서는 ‘실패’로 분류될 수 밖에 없는 수치다.
혹여 조회수가 몇 천, 몇 만이 나온다면 이 정도 수고는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조회수가 20~30회 정도면 골치가 아파진다. 팟캐스트는 콘텐츠의 질과 제목의 흡입력에 따라 수천을 오가는데, 몇시간 들여 만든 유튜브의 조회수가 20~30이라면 견디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유튜브의 조회수가 나아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성공한 유튜버들처럼 어느 한 시점 '떡상'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성공한 유튜버들은 그들만의 특장점이 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과 시청자들이 보기에 여전히 모자라 보이는 듯 했다.
대다수 유튜브를 하는 이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성공 공식의 함정
사실 성공 공식에는 함정 하나가 있다. 성공 유튜버들의 채널을 보면 그들의 성공담을 쉽게 볼 수 있다. 때로는 그들의 수익을 공개하면서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들은 외친다. "당신도 나처럼 될 수 있다."
이런 면모는 투자업계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다.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면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이들이다. 주식이나 코인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하고 투자자로서 성공을 얻곤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후발주자들한테 자극이 된다. '나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동기부여도 된다. 여기까지는 좋은 효과이기는 분명하나, 그들의 성공담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실패한 이야기는 축소되고 때로는 묻힌다. 반면 성공한 이야기는 과장되고 널리 유통된다. 성공했다고 하는 그들 자신을 통해 포장된다. 이를 두고 '신호 왜곡'과 '선택 편향'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허슐라이퍼 교수의 경제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선호도와 전략, 편향성, 투자 성과 등은 신호왜곡과 선택편향으로 발현된다.
신호왜곡은 자신의 성과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을 뜻한다. 선택 편향은 성과가 좋았을 때는 떠들지만 좋지 않을 때는 조용히 있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성공한 이야기는 과장돼 돌아다니지만, 실패한 이야기는 돌지 않는다. 유튜브나 출판의 세계에서 실패 스토리보다 성공 스토리를 찾기 더 편한 이유다. 성공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뜻이다.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묘사하는 작가나 유튜버들은 그들의 얘기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윤색한다. 단순화는 덤덤한 일상에서 극적인 요소를 발굴하고, 그게 모든 것을 바꾼 것처럼 자극하는 것을 뜻한다. 윤색은 과거에 있었던 여러 스토리 중 필요한 것만 발굴해 이어 붙이는 행위다. 고진감래 끝에 나오는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반복적이고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다. 성공 창업자들의 일상도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과가 그들을 화려하게 만들어줬을 뿐 어쩌면 그들의 일상과 우리의 일상은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김민태 EBS 프로듀서가 쓴 그의 저서 '양다리의 힘'(2021년, 혜화동)을 보면 일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안도는 프로복서 출신으로 뒤늦게 건축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스토리는 굉장히 극적이다. 어느 날 서점에서 본 스위스 건축가 '르 코르뷔제'의 책에서 영감을 얻고 건축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고 했다. 책 한 권에 사람의 인생이 바뀔 정도라니. 굉장한 열정가로 느껴진다. 성공 스토리의 전형이고 기자들이 쓰는 인물 기사의 모범이다.
사실 안도는 학창 시절부터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프로 복서라고 하지만 일반인 이상의 건축학 역량을 지녔던 것. 때마침 자신이 프로복서로서 한계를 느꼈던 그는 건축가로 전향했다. 안도 입장에서는 극적이지 않으면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제아무리 천재적인 열정가라도 하루아침에 복서에서 성공 건축가로 옮겨갈 수는 없다. 수많은 실패와 손가락질을 견딜만한 충분한 이유가 그에게 있었다.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사다.
◇꾸준함, 그리고 연결에 관심을 가져라
'왜 내 채널은 관심을 못 받지?' '왜 나는 안되지?' '때려칠까?'라는 생각은 대다수 직장인 유튜버 혹은 팟캐스터, 블로거들이 갖는 생각이다. 이른바 대규모 구독자를 모으고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들을 보면 장기간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약점을 개선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유튜브 떡상처럼 다른 사람의 관심을 갖게 받게 되고, 퀀텀점프를 하듯 오르게 됐다. 중간에 때려쳤다면 이런 기회마저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지루한 일상을 어떻게 견뎌내고, 그 안에서 대안을 찾는가가 관건이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과 비교하고 나 자신을 평가할 수록 점점 견디기 힘들어진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게 당신이다.
어쩌다 우연에서 우연으로 엮이면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도 있다. 출판이라던지 혹은 강연의 기회를 얻는다던지. 이게 바로 '연결의 힘'이다. 다만 기회도 지루한 일상에서 조금씩 자신의 역량을 키워 왔을 때 얻을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린지 1년하고도 6개월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유튜브 채널 조회 수는 100을 넘기기 힘들다. 자신의 채널을 자랑하는 셀럽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옹색한 정도다.
하지만 덕분에 다른 대안을 모색해보는 계기가 됐고, 이는 의외로 출판의 기회로 연결이 됐다. 어찌보면 실력있는 유튜버는 되기 힘들어도 꽤 재미나게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글 쓰는 것 자체만큼은 친숙하게 해왔던 일이니까.
성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고, 우리의 고생을 알아주는 이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