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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팟캐김 Apr 14. 2022

홍보의 시작은 내부 설득

내부 설득이 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외부 기자들 설득이 쉬워진다  

(추천인들 : 홍보대행사나 홍보실 등에 막 입사했거나, 관련 업계에 관심있는 구직자 등) 


지난 2018년 4월 외국계 홍보대행사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다. 강연이라기에는 거창하고 회의실에서 10여명 되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할 수 있을까'를 내 나름대로 설명해주는 시간이었다. 


무슨 얘기를 할까.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기자들은 어떤 자료에 반응해 기사를 쓸까. 그들(홍보대행사 직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기사화되어 포털에 반영될 수 있을까. 이런 류를 생각해줘야 했다. 


홍보대행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기업의 홍보실에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전체라고 하긴 뭐하지만, 보도자료 배포 건수 대비 기사회 건수로 성과를 측정하기도 한다. 


(홍보실의 진짜 성과는 악성 기사에 대한 탐지와 방지 혹은 순화에 있지만. 문제는 그게 숫자로 계량화·측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홍보실 직원들이 기자들에게 만나자고 하고 때로는 밥도 사고 한다. 광고나 협찬도 유용한 도구가 되곤 한다. 직접 기자를 압박하거나 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언론사 입장에서 그들을 거를 수 없게 되는 식이다. 


네이버 기업뉴스 관련 카테고리 화면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매체에 자료가 나가는 건수 자체가 중요했던 것 같다.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 채널이 존재하는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경향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아니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홍보실과 언론사에서 의사결정자로 있는 경우가 많다. 


보도자료를 기사로 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자한테 직접 부탁하는 것이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나 문자 혹은 이메일로 보내는 식이다. 가장 많이 품이 드는 게 직접 만나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고, 가장 쉬운 게 이메일이다. 


여기서도 자본주의가 통용된다. 잘 알려진 기업이나 정치인 혹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홍보인이 보낸 메일이라면 우선 순위로 열어보게 된다. 잘 알려진 기업은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 혹은 대형 상장사 등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뉴스가 되는 곳이다. 이른바 이슈 메이커들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 대권에까지 도전한 정치인이거나 커뮤니티 등에서 핫한 사람들의 글은 무조건 기사로 이어진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혹은 '00방송에 따르면' 등이다. 


큰 힘을 들여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홍보되는 이들은 지명도 혹은 재력 또는 그 둘다를 다 갖고 있다. 결국 매체도 그 냄새를 맡고 따라가는 식이 된다. 


고민은 홍보대행사다. 홍보대행사들의 고객사들은 홍보여력이 없거나 홍보 노하우가 없는 이들이다. 꽤 비싼 비용을 들여 홍보대행사를 찾는 이들은 인지도 등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기업 등이다. 


대부분 기자들도 이들을 모른다. 기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써줘도 그만, 안 써줘도 그만이고 큰 이득이 될 게 없는 기업이다. 홍보대행사 직원은 물론이고 작은 기업의 마케팅·홍보담당자들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떻게 알려야 하나.' 


어떤 이는 매번 고객사 보도자료가 나올 때마다 전화를 하곤 한다. 써달라고. 바쁜 시간 와중에 난감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죽는 소리 우는 소리 하면서 부탁을 한다. 기사 작성과 출고까지 관리가 되는 매체이고 의사결정권 순위에서 낮은 순위에 있는 기자라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기사로 써야할 이유와 우리 매체 이름을 달고 내보낼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궁색하기 때문이다. 저연차 기자라면 자칫 선배나 데스크들한테 혼쭐이 날 수도 있다.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한 이들에게는 '성과'겠지만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는 귀책사유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세계도 자본주의 논리가 엄밀하게 작용하는 곳이다. 기사로 나가 사회적 반향이 크거나 '클릭수'라는 계량화된 관심이 모일만한 이슈나 소재라면 기자들도 몰린다. 


정치부 기자로 정치인 기사를 예로 든다면 각 정당의 당 대표나 유력 정치인들에게는 마이크가 몰리지만, 어느 동네 구의원 출마한다고 해서 관심 갖는 이가 없는 식이다. 동네 구의원에 출마한다면 본인이 직접 채널을 파지 않는다면, 동네 지역지부터 공략해야 한다. 


물론 홍보대행사와 작은 기업 홍보실이 갖는 딜레마는 고객사나 CEO의 마인드에 있다. 본인들의 위치는 동대표 혹은 구의원에  출마하는 정치신인인데 조선일보 인터뷰에 나가길 원하니.. 우선 이 마인드부터 고치고 현실을 깨닫게 하는 게 필요하다. 


홍보의 첫 시작은 자기의 위치를 알고 그에 걸맞는 전략을 짜야한다는 점이다. 외부 기자 설득을 하기 전에 내부 임원과 CEO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은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홍보인으로서 본인이 일을 하기 편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인지도와 기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등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게 전제돼야 나중에 일할 때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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