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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다시 Jan 21. 2023

잘하려고 하지 마!

1월이 두려웠다. 새해 달력을 외면했다. 설을 우리 집에서 쇠기로 결정한 뒤로 그렇게 되었다. 시댁 식구들이 우리 집으로 온다. 엄한 아버님이 계시면 언제나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설이 다가올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이 심란했다. 아픈 사람처럼 아무 생각이 없고 밤낮없이 잠으로만 도피하고 싶었다.


​며칠 전 지인들 모임에 나갔다. 설 이야기를 했고 내 이야기도 했다. 마치 자신들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일흔이 넘은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잘하려고 하지 마!

그러자 여기저기서 말이 튀어나왔다.

-잘하려고 하지 마! 잘하려고 하지 마!


​'잘하려고 하지 마!'. 선생님께서는 어떤 뜻으로 이 말을 하셨을까? 잘하려고 하는 것과 내 마음이 안절부절못한 까닭을 생각했다. 시댁 식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대접하고, 마음에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구석까지 집안 대청소를 해서 깔끔하게 보이는 것 등 다 잘하고 싶었다.  아버님과 시동생들의 판단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힘들었다. 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병이 났다.


​'잘하려고 하지 마!'. 나를 생각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상상해 지레 겁먹고 일을 할 때가 있었다. 이렇 땐 몸과 마음에 힘이 들어갔다. 말을 더듬었고 일 처리도 부자연스러웠다. 나로 인해 주변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과 만남에서도 잘하려고 하면 만남의 시간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경청도 대화도 힘들었다. 글을 잘 써서 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 글이 써지지 않은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잘하려고 하지 마!'. 인간의 일생도 같지 않을까? 잘 살아보려고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산다면 어떻게 될까? 행복해야 한다고 나름의 기준을 정해서 그 일을 이뤄가는 것, 잘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


'잘하려고 하는 것'의 반대말은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제의 나처럼, 평소처럼, 생긴 대로, 성격대로, 내 처지대로 사람을 맞이하고 일을 하면 된다. 자연스러울 때 오히려 내 능력이 잘 발휘된다. 내 사람들도 평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울 때 내가 가장 편안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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