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옆반 선생님이 과거의 물건 수업을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말해줬다. 교과서에선 ‘풍로’라고 나온 물건을 자신은 어릴 때 ‘곤로’라고 불렀다고 아이들에게 알려줬다고 했다. 선생님의 이 말에 동학년 선생님들은 그 시절 이야기를 각자 술술 풀어냈다. 누구는 자신이 발령받았을 땐 교실에 난로가 있었던 고구마를 구웠고 도시락을 데웠다고 했다. 우리 동학년은 5명인데 한 선생님만 빼고는 그나마 이야기가 통했다. 한 명은 나랑은 이십 년 나이 차이가 난 선생님이라서 웃으며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또 한 선생님이 말했다. 스포츠클럽 전래놀이 시간에 ‘돈까스 놀이’를 했다고. 그러면서
“우리가 어릴 적 했던 돈까스 놀이방법을 그대로 알려줬다”고.
이에 내가 말했다.
“나 어릴 적엔 돈까스를 몰라서 난 그런 놀이를 한 적 없다”고.
긴가민가하다. 돈까스 놀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돈까스라는 음식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그런 놀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난 꽤 고경력 교사지만 학교에서 세대 차를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런 대화를 통해서 내가 얼마나 옛날 사람인가 실감했다. 그렇다고 나이드는게 한탄스럽진 않다. 난 어서 빨리 시간이 흐르고 흘러,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 현직에서 퇴임해 육신이 약해지면서 욕심도 사라진 그런 상태가 되고 싶다.
요즘 중앙대 김누리 교수 유튜브 강의를 보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어려운 나라인지 안타까워 죽겠다. 자살률 세계 1위, 행복지수 최하위권이라는 통계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나타낸다. 무한 경쟁, 성과 중심주의, 비교와 서열화하는 사회 분위기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파괴시킨다고 했다. 청소년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자살이다. 입시 중심 교육, 서열화된 대학 시스템, 사교육 의존의 교육제도, 분단국가에서 정권을 유지의 수단으로 국민을 도구로 썼고 신자유주의의 복합적 결과로 비정상적인 경쟁사회로 굳어졌다고 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현재, 총체적 난관에 빠져있다. 이러한 나라에 살고 있는 ‘나’도 그 중 한 명으로 매일 극심한 피로 속에 살고 있다.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자기계발을 해야하는데 몸은 따라주질 않고, 내 자식들의 건강과 미래는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미지의 노후에 살 돈이 부족할 것 같다. 남들은 잘만 사는데(비교) 난 늘 허덕대는 것 같다. 아, 피곤하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모든 것은 해결된다고? 말은 쉽다. 욕심을 내려놓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는 거다. 왜냐면 몇 십 년 동안 이 나라 이 땅에서 살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모든 체계가 여기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날이 꽤 더울 것 같다. 점점 습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여름은 우리나라와 세계엔 또 어떤 일들이 생길까. 부디.. 모든 이가 평화로운 나라에서 평안한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 자신이 원해서 태어나지 않은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곧 고해(苦海)인데, 신(God)께서는 인간을 불쌍히 여겨 인간 각자에게 복을 내려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