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다.
참 매정한 단어다.
단어 하나로
어떤 존재는 없어진다.
사라지다.
참 고마운 단어다.
잊지 못해 힘들 것들이
단어 하나로 잊혀진다.
사라지다.
참 물질적인 단어다.
눈에 보이는,
실존하는 것들에만 쓰이는 단어.
마음은 사라질 수 없다.
기억도 사라질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 또 무언가는
사라진다.
어쩌면 실존하는 어떤 것을
마음에서,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마음에
태어난 단어는 아닐까.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은
인간에게 깊게 박힌다.
마음 속에,
기억 속에.
모두 잊고 없애기 위해
사라지다라는 단어를 만들었지만,
그 단어는 인간을 위로할 뿐
결국 인간에게
더욱 깊게 박히고 만다.
그러다 잊혀지는 것들은
그렇게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