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wife
까만 피부의 아무개 사내였던 사내가,
까만 피부의 예술가 훈남으로 변하던 요상한 순간...
12월 30일, 그 해의 마지막날을 겨우 하루 앞두고 무슨 새로운 인연을 기대한다고 우린 만났을까.
너도 과거에 미대 오빠였을텐데, 나는 그 때 미대 오빠에게 갖던 환상이 있었다. 치명적인 매력 같은 거?
그런데 너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밤낮 없이 공을 차고 다니는 동네 오빠 같았다. 게다가 내게 전혀 호감을 보이지 않던 첫인사. 훗날 내 빨간 눈썹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던 너의 진심에 나느 실망을 넘어 복수를 해주고 싶어, 여태 너의 외모를 비하하며 산다.
그 후 몇 년간을, 같이, 여태, 지지고 볶으며 산다.
술상 앞에 모인 우리가 함께 있던 다른 일행들을 소외시키며 네 핸드폰에 코를 박고 열중할 수 있었던 순간. 네 작품 때문이었다.
너는 지적이고 섬세했다. 서로 달라도 참 많이 다를 것 같던 우리가 묘하게 겹쳐진 순간...
우리의 시작은 네 작품처럼 비대칭적 데칼코마이 같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