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wife
등기부등본에는 1965년이라고 찍혀있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의 낯선 동네. 너야 어릴때부터 자란 곳이지. 그래도 아파트 많은 곳에서 여느 서울 아이들처럼 아파트키즈로 자랐으니 너에게도 이 집은 낯설다.
볕이 잘 드는 이 집엔 중정으로 쓸만한 마당, 이 집 살던 사람들이 빨래를 널었을 작은 옥상이 있다. 우리 스타일대로 만들 수 있다는 너의 자신감에 나도 들떴다. 지붕을 새로, 골조 보강을 하며 우리가 마주한 우주선만한 말벌집과 한무더기의 쥐똥. 경악할만한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자 나는 날마다 눈물바람이었는데, 너는 씩씩하게 나를 달래고 미안해하며 그 험한 집수리를 해나갔다.
그 와중에 너의 개인전이 잡혔다. 낡은 문짝, 창틀은 지저분한 집의 일부처럼 나에겐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는데. 너란 작가, 폐허 속에서도 영감을 얻더구나. 65년생 오래된 집의 창틀은 네 작품의 프레임이 되었다. 세월의 나이테처럼 몇 번 겹겹이 발라진 벽지의 흔적까지 네 작품이 되다.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화가 이중섭이 떠오른다. 너에게는 오래된 집의 창과 문이 있었다고 회고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