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Kyu Jan 07. 2020

오래된 집을 고치며

artist’s wife

등기부등본에는 1965년이라고 찍혀있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의 낯선 동네. 너야 어릴때부터 자란 곳이지. 그래도 아파트 많은 곳에서 여느 서울 아이들처럼 아파트키즈로 자랐으니 너에게도 이 집은 낯설다.


볕이 잘 드는 이 집엔 중정으로 쓸만한 마당, 이 집 살던 사람들이 빨래를 널었을 작은 옥상이 있다. 우리 스타일대로 만들 수 있다는 너의 자신감에 나도 들떴다. 지붕을 새로, 골조 보강을 하며 우리가 마주한 우주선만한 말벌집과 한무더기의 쥐똥. 경악할만한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자 나는 날마다 눈물바람이었는데, 너는 씩씩하게 나를 달래고 미안해하며 그 험한 집수리를 해나갔다.


그 와중에 너의 개인전이 잡혔다. 낡은 문짝, 창틀은 지저분한 집의 일부처럼 나에겐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는데. 너란 작가, 폐허 속에서도 영감을 얻더구나. 65년생 오래된 집의 창틀은 네 작품의 프레임이 되었다. 세월의 나이테처럼 몇 번 겹겹이 발라진 벽지의 흔적까지 네 작품이 되다.

담뱃갑 속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화가 이중섭이 떠오른다. 너에게는 오래된 집의 창과 문이 있었다고 회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04화 시작은, 비대칭적 데칼코마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