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Kyu Jan 07. 2020

혼잡한감각(2/2)

Artist’s wife

생각해보면 너가 아닌 아무개가 남편이라면 2년에 한번씩 열리는 비엔날레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올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베니스를 오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는 너가 속한 근사한 세상에 나를 초대해준 건지도 모른다. 아, 갑자기 베니스에서 홀로 있다는 것이 너무나 오싹하다. 문 열어 준 주인은 사라지고, 길 모르는 체로 홀로 시커먼 곳을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제 아무리 복잡한 베니스라도 산마르코광장만 찾아내면 된다는 일념하에, 걸음을 재촉했다. 산마르코 광장 모퉁이에 있는 오페라 극장 앞에서 저녁 공연을 보자고 계획했던터라, 그곳에 가면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린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왠지 너가 혼자 호텔로 갔을 것 같다. 아니 이미 파리로 갔을 것 같다.(당시 우리는 파리에 거주하고 있었음). 아, 너는 나를 버렸구나.

에라, 버려졌다고 구겨지지 말자. 멋지게 15구로 돌아가자. 너의 짐을 야무지게 싸고 서울로 보내버려야지. 오페라 공연도 이왕이면 보고가자. 애초에 내 취향으로 계획했던 것이니 혼자면 어떠하리.


그리고 우린 그 작은 오페라 극장앞에서 재회. 너의 오렌지 형광 팬츠가 눈에 들어오자 또 울었다.


이후 2년만에 너의 작품 <mind of bridge 2015>앞에 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