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dame Kyu Jan 07. 2020

혼잡한감각(1/2)

Artist’s wife

미스테리하고도 낭만적인 물의 도시 베니스. 하루 종일 나란히 걷고, 마주보고 웃던 다정한 너와 나는 길바닥에서 대판 싸웠다. 우리 싸움에 언제는 이유가 있었나. 너는 그 날 오렌지 형광색 팬츠에 보라빛 스카프를 매칭할 정도로 유난스럽게 이태리적이고 또 아티스트스럽다. 마음에 여유가 흘러 넘칠 것 같은 스타일을 하고, 왜 니 마누라에게는 측은지심을 갖지 못하는건지.


미로 같은 길, 화가 나 내  앞을 저만치 가는 네 뒤모습에,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다행히도 너는 보지 못했다) 그러자 엉겹결에 눈물까지 쏟는다. ‘에라, 이혼이나 해버리자’라며 아무 골목으로 꺾어 들었다. 그랬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던 거다.


두어시간 혼자서 골목을 헤매다 보니 어느새 주변이 캄캄해졌다. 중국 거리처럼 햇살에 빠삭하게 마르던 빨래들은 밤이 되자 을씨년스럽게 공중에 너른거리고, 낮에는 나름 베니스의 낭만이었던 크고 작은 물길이 물비린내와 물소리로 선명해져 괜히 서늘하다.. 그래, 아마 너와 나는 영영 못만날 것 같다.


내가 헤매는 길을, 나도 헤맸을 거다. 내가 맡았던 물의 냄새를 너도 맡았을 거다. (to be continued)


너의 작품 <venise2015>앞에서, 소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