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wife
너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5월이 되면 파리의 온도가 아주 많이 그립다. 나는 그 때의 바람이 블로뉴숲 조금, 루브르 미술관 앞 광장 조금, 바토무슈를 타고 가로지르는 세느강 조금을 담았다고 느낀다. 그곳들은 하나 같이 다른 곳보다 바람이 풍성했다. 지형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언덕이나 산줄기가 없는 탓에 바람은 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휘돌고, 부딪힌다. 이렇게 파리의 온도를 구석구석 전파하는 듯 했다.
그립다한들, 그곳에 있지 않으면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감각. 피부에 닿는 햇살, 바람, 습도, 그리고 그때 바라보던 시각적 감동이 조합되지 않으면 그리움을 설명해낼 방법조차 없는 감각이랄까.
5월의 어느 날 노트르담 성당 앞 광장에도 따뜻한 바람이 작은 돌풍을 일며 여기저기 환호성을 자아냈다. 관광객들과 뒤섞여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 대성당의 위엄, 서늘한 온도, 수백년 묵은 경건한 냄새들은 조금 전 바깥에서 느낀 세상과 분명히 다른 세상 같았다. 파리 오고 얼마 후 돌아가신 너의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어머님의 슬픔을 곁에서 위로하지 못한 우리의 부재가 죄송스러웠다. 덩달아 난 우리 외할머니 장례식 때 펑펑 울지 않은 그 때가 떠올라, 갑작스레 명치께가 온통 뜨겁다. 자책 같았고, 늘 내 영적인 의존을 허락한 신은 아무날도 아닌 이 날, 그 묵직한 마음의 짐을 덜어주듯 무심히 나를 도우셨다.
날이 저물무렵 시작된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의 오르간 연주가 시작되었다. 야무진 오르가니스트 K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고마워. K. 웅장함을 뛰어넘어, 그 날의 연주는 노트르담 성당이 자아내는 숭고한 서사시 같았달까?
너에게 이 순간은 아마도 강렬했을 거다. 네 작품 <people x people>앞에서 나는 알았다. 너에게도 이 순간은 굉장했을거라는 걸. 내가 느꼈던 이 날의 모든 덤덤하고 따뜻했던 온도부터, 안에서 퍼지던 뜨거운 슬픔과 신의 위안을 떠올렸다. 전율 같았다.
<People X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