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는 20대를 몰랐고, 20대에는 10대를, 10대에는 유년을 모른다.
‘그 때가 좋았지'라는 흔한 말을 아무리 곱씹어봐도 나는 좋았던 그 때를 당췌 모른다.
그렇다고 살아지니 살아가는 멀멀한 애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치열하게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와 미래를 도모하며 정신승리하는 애도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나간 행복, 성취, 사랑과 같은 영혼의 자양분을 쉽게 잊었다.
[formule 10 & 8]
과거에 찬찬히 쌓인 행복을 무덤처럼 가두고, 주변에 서성이는 불온한 것에 신경을 썼다.
그게 나를 온전히 지키는 지혜라고 믿는 동시에, 예민한 인간의 운명이라고 믿었으니까.
이 작품, 뇌를 닮은 작품이다. 내 두뇌의 주름 사이에서 촉촉한 물질들이 퍼지는, 그걸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다. 함부로 잊고 묻은 내 과거의 행복이, 나를 떠나지 않고 이토록 선연하게 내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