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인생의 중심에 무엇도 들이지를 못한다.
뜨겁고, 까무러칠 것 같고, 들뜨던 것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린 것 같다.
지나가는 시간에 의존해 일단은 흘려보내는 게 능사라며, 나의 무기력을 못 본체 한다.
그 자리를 성실과 책임이라는 이타적 선의같은 것으로 채워본다.
(일과는 별개로) 직장과 나의 관계란 영원히 상호배타적인 파트너이다.
영원한 동맹일 수 없다. 피로, 의리로, 사랑으로 맺어진 원시적 결합만이 동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직장을 통해 얻은 우정만이 유일한 인생의 수확일 뿐.
성실과 책임감. 직장의 발전에 보탬을 주려는 나의 의지는 옳고 바람직하다.
사회적으로, 그리고 기계적으로.
[formule 16]
그런데 나는 안다.
젖은 체로 뽀송한 이불 속 아늑함을 영원히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진짜 열정이란 무엇인지.
사용되고 태워지는 소진과 달리, 스스로 태우는 발화란 무엇이 다른지.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