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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Dec 10. 2023

열정에서 연민으로

그 어떤 능력보다 가장 강력한 힘

대학 졸업을 앞둔 시기,

모두가 취업 준비로 한창 바쁜 그때

유독 봉사활동에 열심인 친구(w)가 있었다.


w는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된다면서도

변함없이 봉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했다.


"니 코가 석자인데, 그게 가능해?"


은영이 물었을 때 w는 신기한 대답을 했다.


봉사를 하면
나에 대해서는 덜 생각하게 돼서 좋아.

"엥? 지금이야말로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해야 할 때인데..."


이해할 수 없었다.


뭔가를 더 말하려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건,

단단하게 빛나는 w의 표정 때문이었다.




그 후로도 줄곧

 '나' 중심에 둔 삶이었다.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특별해지고 싶었다.


내 것을 빼앗길세라

가만있으면 놓칠세라

은영의 하루하루는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지치고 힘들었던 하루,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들던 날

행복해 보이던 w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들 내 앞길 챙기기 바쁘던 팔자 좋게 남을 돕던 w

그러고 보니 우리 중 w가 제일 먼저 취업을 했지.


어제 봤던 책에서 나온 말처럼

기버(Giver)라서 운이 좋았던 걸까?


자신을 희생해서 타인에게 내어주는 힘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잠시 궁금했지만 이내 마음을 닫았다.

좋은 건 알겠지만 은영과는 먼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거나 남을 돌보기엔

여전히 은영의 마음은 말라 있었다.



아무리 하늘을 비춰도 지금 여기가 메말라 있다면 거울은 깨지기 마련이지.


w가 생각났던 그날

은영의 꿈에 돌아가신 아빠가 나왔다.


"은영아, 내가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어느 마을, 똑같은 집에

불행이와 행복이가 살았어.


불행이는

두 주먹 불끈하고 움켜주며

행복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어.


행복이는

두 손을 쭉 펴고 나누며

행복을 퍼뜨리기 위해 고심했지.


상황이 다르지 않았어.

사랑의 크기가 달랐지.


사랑의 크기가 다른 것도 아니었어.

이미 충분한 사랑을 흙더미가 가리고 있었을 뿐.


사랑은...

부족한 게 아니라

보이지 않았던 거야.


두려움이 본래의 사랑을 가리고 있었어.


몇 년이 더 흘러,

은영은 결혼을 했다.


누군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첫 아이를 낳던 순간이라고 할 것이다.


아이를 돌보면서 은영은 처음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에 집중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좋아 보이는 모습은 너무 오랜만이다!


친정 엄마는 얼굴이 피었다고 했다.


육아가 쉽다거나 성취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힘이 들고 고돼도

그저 사랑하니까


기꺼이 몸이 움직였고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책임감을 넘어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힘을 빼고 기대도 없던 그때,

신기하게도 일은 더 잘 풀렸다.



/

그때쯤부터였다.

은영의 기도가 달라졌다.


미숙한 자신이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중요한 사람이 되기보다
중요한 일을 하게 해달라고.

능력을 더 달라고 하기보단
사랑을 더 채워달라고 기도한다.

그 어떤 능력보다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이란 걸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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