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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Dec 13. 2023

엄마, 나 하나님 목소리 들은 적 있어.

예쁜 소원을 빌던 날

"아빠, 소리는 어떻게 들려요?"


"음, 그건 말이야. 여기서 아빠가 여기서 지민아~ 하고 부르잖아? 그럼 부르르 떨리는 진동이 생겨.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진동이 공기를 타고 가서 지민이 귀에 들리는 거지. 지민이 와이파이 알지? 사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게 아주 많아. 지금 아빠 핸드폰에 잡히는 와이파이도 안 보이는 전파를 이용한 거야."


꽁냥꽁냥 아빠와 아들을 바라보던 은영이 한마디 거든다.


"하나님의 목소리도 그래. 평소엔 잘 들리지 않지만, 우리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도 있을걸?"


진지하게 듣던 지민이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연다.


"엄마, 나 하나님 목소리 들은 적 있어."


"정말? 언제? 뭐라고 하셨어?"


"그때~~ 추석 때 소원 빌었을 때 말이야."


"응, 그렇지. 테라스에서 큰 달을 보면서... 우리 지민이가 할아버지가 살아나게 해 주세요.

하고 빌었었지." 


아이가 소원을 빌던 그날처럼, 

은영의 눈에 눈물이 찬다.


"그때 들은 거야?"


"응!"


"뭐라 하셨는데?"


"음... 할아버지가 살아나진 못하지만... 음...."


"응..."


"뭐라고 했더라? 암튼 살아 돌아오진 못하지만은 확실하고 그다음에 뭐뭐뭐 해줄게. 그랬던 거 같은데 뭐뭐뭐는 기억이 안 나."


"아~ 우리 지민이 지켜준다고 하셨을까? 영원히 사랑할게.라고 하셨을까?"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모르겠어. 음... 뭐였지?"


"그래. 괜찮아. 말 안 해줘도 돼... 아마도 그날 소원을 비는 지민이가 너무 예뻐서 하나님이 지민이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셨나 보다. 하늘에서 할아버지가 텔레파시를 보내주셨을 수도 있고. 지민이 마음이 너무 예뻐서..."



슬프도록 행복했다.


그리운 아빠, 


아빠가 하늘에 가신 후

하늘과 더 가까워졌으니까...

고마워요. 아빠.


신이시여. 

당신의 은총에 감사합니다.


삶의 모든 곳에 녹아있는 신의 눈동자를 의식하면

이제 은영은 혼자 있을 때도

몸과 마음을 허투루 할 수 없다.


정결하게, 보시기 좋도록

그가 좋아하실 생각과 말과 행위를 하고 싶어졌다.


그게 은영에겐 참 행복이자

진정한 나로서 살아가는 길이란 걸...


/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작은 나'로서만 살던 은영에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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