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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Mar 26. 2024

언니, 사실은 나 엄청 쫄보야.

문을 열어 낯선 곳으로

언니, 사실은 나 엄청 쫄보야.
 
그래서 더 도전하는 거야.
사실은 엄청 겁나는데... 그래도 해보면
아, 내가 이것도 할 수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거든.
그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비결이야.


반전이었어요.

주변 사람들 모두와 가족들까지도

막내 동생이 혼자서 이것저것 해보는 걸

정말로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혼자서 인기 가수의 콘서트도 보러 가고

혼자서 제주도에 가고

눈 쌓인 한라산 등반도 혼자 했어요.

요리도 운동도 식단관리도 못하는 게 없죠.


강하고 야무진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 속에 철저한 노력과 애씀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


동생의 말을 들으며

나를 돌아봤어요.


언제부턴가 늘 소극적이네요.

웬만하면 맞춰주고 뒤로 숨는 게 편해요.


책임감 있게 의견을 말하거나

자신 있게 밀고 나갔던 때가 언제인지.


오랜만에 뵌 선생님은

저를 '당당한 경진이'로 기억하고 계셨어요.

자신감 가득하던 시기가 있었죠.


어쨌거나 저는 많이 변했고

그게 지금 저예요.


과거가 들먹여진다는 건

다른 의미는 없죠.

그저 움직여야 한다는 신호예요.


저는 좀 더 적극적이 돼야 했어요.


문을 열고, 더 넓은 곳을 향해


낯선 도로로

운전 연습을 시작했어요.


매일 아이들 학교 앞과

자주 가봐야 가까운 이마트


꼭 필요할 때만 움직여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

병원이 많은 건물


딱 그 정도까지만,


그러니 몇 년째

만년 초보죠.


난생처음 혼자서

아이들 단골 미용실도 가보고

어제는 더 멀리

아웃렛도 다녀왔어요.


패턴은 비슷해요.


5분쯤 지나고 길이 확장되며

양 옆과 뒤로 차들이 쭉 늘어서면


머릿속은 온통

어쩌자고 내가 여기에 나왔지??

집에 가고 싶어...

안락한 우리 집 소파와 책상이 그리워...

하는 생각뿐.


중간중간 신호를 기다릴 때마다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다시 확인하고

마른침을 삼키며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아무것도 두려워말라'는

성가를 틀어놓고 가다가

이마저도 집중이 흩어질까

음악도 꺼놓고


마음이 넉넉할 때

하나님과 하나라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마음이 작아져 절실히 매달린 순간에는

그저 무사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해요.


"아이씨... XXX"


길을 잘못 서

미안함에 어쩔 모를 때

저쪽에서 욕이 들려왔어요.


창문을 열고

'죄송합니다' 하고 싶었지만

그만한 여유도 사치인 초보.


그나마 신호가 바로 바뀌니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지요.


집에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쉬어요.


두근거림이

성취감으로 급상승해요.


아웃렛에서 득템 한 아들의 봄바지가

썩 마음에 들어요.



이제 앞으로는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거리 친정까지도

남편을 도와 번갈아가며 먼 거리 시댁까지도

그럴 수 있겠죠.


차이는 분명해요.


1.

(해보진 않았지만) 잘할 수 있어~

하지만 왠지 시도는 하기 싫어.

내가 굳이 필요가 있을까?


2.

(해보니) 생각보다 못하네~

욕도 먹고 무서웠어.

하지만 또 해볼 수 있겠다!


우리는

부딪히고 해 보면서


아프지만,


성장해요.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죠.


겁나서 이를 빼기 싫다는

아들에게 말해줬어요.



그래. 무섭지.
무섭지만, 이가 빠지는 건 멋진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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