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의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레인 Apr 26. 2024

나의 전부를 사랑하는 일

차라리 몰랐을 때가 나았나 봐요.


조금은 특별하다 생각했고

조금은 고상하다 느꼈거든요.


성실하게 살았죠.

크게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고,

누가 봐도 착하잖아요.


그런데 이상하죠?


가만히 있으면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어요.

조금만 어긋나도 내가 나를 비난하고 미워해요.


툭하면 힘든 이유를


밖에서는 찾지 못해,


안을 보기 시작했어요.


나를 사랑해 보려고

나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상하죠?


들여다볼수록 못난 모습이 드러나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벽을 세워 보호하는 자기 중심주의.

해야 하니까 억지로 했던 겉치레와

희생으로 참았던 억울함과 피해의식까지...


똑바로 보니 그러네요.


진실한 사랑은

받는 법도 모르고, 주는 법도 몰라요. 


나를 사랑해 보려고

나를 보기 시작했는데,


마음은 잔인하게

숨겨둔지도 몰랐던 내 안 저편

구석에 처박아 둔 모습들을

하나 둘 계속해서 위로 올려보내요.


차가운 마음이

취약한 얼굴로 물어요.


'이래도 널 사랑할래?'


슬퍼져서 하늘에 물어요.


나의 전부를 사랑하는 일이...

나는 왜 이리 힘들까요?

'범속하다'는 단어를 봤어요.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하네요.


자세히 보려

가만히... 가만히...


인정하기 싫었던 나를 인정해요.


그런데 이상하죠?


가볍고 편안해요.


분명 맘에 안 드는 모습인데,

비난하고 자책하지 않아요.

내가 나를 끌어안고 있어요.


품을 힘이 생겼나 봐요.


본래의 나는 더 크며, 선하며

사랑이란 걸 느껴요.


판단을 그만두기로 해요.


우리는 모두

특별하면서도 평범하고

고상하면서도 속되죠.


자만심이 부서지고

나와 타인에게 마음이 열려요.


이해할 수 없던 사람과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행동들.


매번 바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엔 돌아와


우리를 용서하고

자비를 떠올려요.



차라리 몰랐을 때가 나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고,

결국엔 돌아와


깊은 감사를 드려요.


사랑하도록

사랑을 키우도록


그래야 했나 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