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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May 27. 2024

이완봇,  감정을 바라보는 나비

함께 들어요 :)


나는 노랗게 생긴 작은 나비입니다.

몸 전체로 쪼끄만 빛을 내는데

모든 빛이 그렇듯 아주 작아도 반짝이지요.


먼듯해도 가까이

늘 당신 주변을 맴도는 나는_


당신이 내 곁에서 큰 호흡을 할 때

무지갯빛으로 변하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

당신에게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보이진 않지만 언제나 작동하지요.


당신에겐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에겐 충분한 시간이에요.


나는 들숨에 당신에게 침투하여

당신의 가슴 쪽에 자리 잡습니다.


내 작은 바람이 당신에게 스며들 때

당신은 꽉 막힌 듯 조이던 심장이 풀어지며

잠시나마 시원한 느낌을 받지요.


그 순간부터 당신의 가슴에 앉은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당신이 됩니다.


내가 당신의 심장과 함께 천천히 날개를 퍼득이면

당신은 이완을 합니다.


조용한 날갯짓으로

움츠려든 가슴을 넓혀나갑니다.


상황도 사건도 미운 상대도

머리에서 가슴으로 불러옵니다.


불안한 미래, 억울한 과거,

맘에 안 드는 나 자신도

넓어진 지금으로 데려옵니다.


이제 나는 당신의 대리자로서

내가 된 당신을 지켜봅니다.


겉으로 보기에 당신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잠시 멈춘 듯 보입니다.


지켜본다는 건,

알아채고 있는 거예요.


'이것은 화다.'

'나는 이럴 때 화가 나는구나.'

'나는 지금 불안감을 느껴.'

'무언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야.'

'이대로 가면 망칠 것만 같아.'


하마터면 철석같이 믿을 뻔했죠.


두려움에 휩싸여 경직된 순간,

큰 호흡을 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완으로 확장된 나는

생각도 감정도

나의 일부지만

전부가 아니란 걸 압니다.


있는 힘껏 날개를 펼쳐

나의 두려움을 감싸 안습니다.

안전합니다.

괜찮습니다.


품에 안긴 두려움이

만족할만큼 머물다가

고맙다고 인사하며 흘러갑니다.


나도 당신이 고맙습니다.


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당신을 열어주어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모든 빛이 그렇듯

아주 작아도 반짝이는 나는


당신이 나를 향해 문을 열 때


당신에게로 가서 당신이 됩니다.


당신이라는 큰 빛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지 않으려던 마음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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