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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May 29. 2024

돈 안 되는 글쓰기에 대하여

+ 도움에 대한 집착 버리기

신이시여.
나의 손이 늙어갑니다.

거울 속 생기 잃은 얼굴이
시간이 얼마 없다 다그칩니다.


...

저절로 나오는 기도가

달라진 것 없는 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습관처럼 공감과 답글을 확인하며

나의 가치를 타인의 손에 넘긴 일상.


그래서 이 정도에 만족하고 연연하며
그럭저럭 살다 말 거야?

대체 네 글은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건데?

...
왜 알아주지 않을까?

이 모든 게 헛수고로 돌아가지 않을까?


문득 또 찾아온

'의미 없음'에 대한 두려움이

어리석은 질문을 던져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막혀버린 에너지.

가로막힌 창조의 기쁨


그래도 일단 오늘의 글은 쓰자.

그런 다음 새롭게 다짐하고,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거야.
전략을 짜야해.

더 노력해야 해.


그렇다.

생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생각을 멈춰야 한다.


'달라진 것 없는 나'

믿지 못할 생각을 비우고


'두려움을 모르는 나'

큰 품에 안겨야 한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듯해도

모든 것이 변했던 경험을

이미 여러 번 해보지 않았던가?



달라진 없는 내가

애쓰려고 달려들기에


노력을 멈췄다.


억지로 글 하나를 더 쓰려는 행동

그럴듯한 '일'을 벌이려는 시도를 멈추고

지금은 먼저 밖이 아닌 안을 봐야 할 때다.


습관적인 다짐과 달리 멈춤은

아닌듯해도 늘 효과가 있었다.


내려놓고 모든 것을 맡긴다.


내 안의 더 큰 힘에 의지한 채,

그가 일하시도록.


작은 나는 비켜서야 한다.



짧은 기간 연극을 한 적이 있다.

극단에 들어갈 때 친동생이 그랬다.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보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 연극을

굳이 꼭 해야겠냐고.


부인할 수 없던 그때

연극판처럼, 출판 시장도


쓰고픈 사람은 많지만

읽고픈 사람은 별로 없단다.

(그나마 쓰는 사람이 읽는 것 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부인할 수 없던 그때

연극처럼, 글쓰기도


가슴이 시키는 일인걸.

가슴이 원하니 해야 하는 걸.


머리로만 계산하면 바보 같아도

하지 않는 게 더 힘들단 걸 알기에

이제는 소용없는 의심과 걱정을 흘려보낸다.


어차피 하기 싫어지면 저절로 안 할 테니

그때까지는 순수하게

글을 쓰고 소통하며 즐거운

이 순간만 바라보기를...


왜 알아주지 않느냐고?

아니 알아줄 게 뭐가 있담?
무엇을 자랑하고 싶은 거야?

뭔가 거창하고 대단하게 부풀린
특별한 사람처럼 보이길 바라는 거야?

애써도 별로 변하지 않은 나 자신,
진실함으로 충분해.



...

돈 안 되는 글을 쓰는 이유

의미 없는 일을 계속하는 이유

...


정말 의미가 없을까?

정말 얻은 것이 없을까?


아니다. 얻은 것이 있다.

실은 아주 아주 많다.


살아있음의 느낌. 생명력

나에게 글쓰기는 치유이자 명상이었고

안의 것을 꺼내어 표현하는 창조 본능이었다.


나에게 필요하기에 글을 쓴다.

얻은 게 없다면 거짓말이다.


애초부터 타인을 위했다기보다는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_


이기적 일지 모르지만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순수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게 기뻐서_


내 가슴이 사랑하기를 원하므로.



왜 나를 사랑하나요?


이렇게 단점 많은 나를요.

사랑할수록 손해 보는 듯한 나를요.


참 사랑에는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리고 참사랑은 절대 손해가 아니에요.


그저 사랑으로 충분한 거예요.

내가 선택했고,

더 바랄 것이 없어요.



글은


나를 소진시킨 게 아니라

나를 채웠다.


돈도 안되고 알려진 것도 아니고

글을 쓴 후부터 어디를 가든

떳떳하지 못하고 위축됐다 여겼지만


사실은 나를 확대하고

충만하게 하는 활동이었다.


두 가지 기준에서

두 번째를 만족시키면 족하다.


1.

'작은 나'가 원하는 것인가.

'큰 나'가 원하는 것인가.


2.

두려움인가?

사랑인가?



<그날의 일기>


그러고 보면 당신 안의 신에게

내가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도움을 줘야 한다 믿었지만

당신이 하는 것입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할 뿐이고

마음을 여닫는 이는 당신입니다.


받아들이는 이도

변형하는 이도

당신입니다.


우리는 자유롭습니다.

자유로이 존재하며

존재 그대로

완전한 여정에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 편

당신과 나는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글을 읽으며 내가 그렇듯

내가 글을 쓰고 당신이 읽을 때도


읽는 행위는

글자 그대로의 해석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로 향하는 일이기에...


그대는 그대의 심장으로 씹어

뱉거나 삼킬 것입니다.


그렇게 할 당신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둔한 손이 다시 움직입니다.

도움을 줘야 하고, 의미를 줘야 한다는

나 혼자 무거웠던 책임을 털어내고서

부족한 글을 지어 내놓기로 합니다.


참 나의 사랑은

확장된 나라서_

이기적이면서도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더욱더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길... 사랑의 길.

나를 죽여 나를 키우는 길을 걷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적고서

슬쩍 또 한 번 눈치를 본다.


'이번 글은 발행하지 말자.

이런 일기 같은 내용은 혼자 간직해야지.'


...

세상에, 나 같은 눈치 대마왕이

'내면'의 글쓰기를 해서 '공개'하고 싶어 하는 게

참으로 이상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그래서 해야 할 같기도 하다.


두려움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 두려운 일을 하는 것이니까.


오늘 같은 날이면

시나 소설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나 아닌 듯 두루뭉술한 문장과

다른 이름의 주인공에 숨으면

조금 더 자유롭게 속의 것을 진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나의 무딘 칼이

당신의 가슴을 거쳐

저절로 뾰족하게 서기를 꿈꿔보는 것이다.



나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창조는

재능보다는 용기의 문제라고 느끼는 지금


겁 많은 자아가

창조의 에너지를 막지 않도록


그렇다면 나는 용기를 내야겠다.


두렵지만 용기 내어

비켜서는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그렇게 채워가다 보면...


돈 되는 글,

많이 읽히는 글이 나오기도 하겠지.


설사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지금 사랑하고 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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