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벌레를 싫어해.
자세히 보면 너무 징그러워서
제 아무리 예쁘다는 나비도 싫고
윙윙 소리 내고, 기어 다니고
죽지도 않고 꿈틀거리는
곤충이 다 싫어.
언뜻 보면 두꺼비 같지.
내 옆에 앉아
날지도 않고 날개만 퍼득이는
못생긴 나비를
한참을 바라봤어.
자세히 보면 징그러워
못 보고 도망쳤는데
갑자기 날아버리면 무서워
소스라칠 것 뻔한데,
웬일인지 가만히
날아가길 기다리듯
조용한 움직임을...
지켜봤던 날이야.
귓가에 스치는 윙윙 벌레소리가
애처롭고 아름답게 들리던...
이상한 날이야.
한 번 두 번 세 번
갈증이 나서,
시원히 적시는
새로움에
갈증이 나서...
용서해 달라 했더니
용서받았대
일해야 한다고 했더니
할 일이 없대
그럴 수가 있냐고
너무 좋아 느껴지지 않는다고
믿을 수가 없다니
그것뿐이래
내가 할 일은 그거 하나,
믿고 열어 받아들이는 것
약수터를 찾아
한 번 두 번 세 번
새로운 물을 마시는 것
자세히 보면 못난 너를
더 자세히 보니
멀리 날아
아름다운 네가 보였어.
위를 보니 하얀 구름
네 안의 하늘을 보았어.
흔들리며 빛나는 그림자까지도
가만히 앉아 퍼득이는
너의 날갯짓 같던...
그런 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