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의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레인 May 31. 2024

용서해 달라 했더니 용서받았대

이미

사실 나는 벌레를 싫어해.


자세히 보면 너무 징그러워서

제 아무리 예쁘다는 나비도 싫고

윙윙 소리 내고, 기어 다니고

죽지도 않고 꿈틀거리는

곤충이 다 싫어.


언뜻 보면 두꺼비 같지.


내 옆에 앉아

날지도 않고 날개만 퍼득이는

못생긴 나비를


한참을 바라봤어.


자세히 보면 징그러워

못 보고 도망쳤는데


갑자기 날아버리면 무서워

소스라칠 것 뻔한데,


웬일인지 가만히


날아가길 기다리듯

조용한 움직임을...

지켜봤던 날이야.



귓가에 스치는 윙윙 벌레소리가

애처롭고 아름답게 들리던...

이상한 날이야.




한 번 두 번 세 번

갈증이 나서,


시원히 적시는

새로움에


갈증이 나서...


용서해 달라 했더니
용서받았대

일해야 한다고 했더니
할 일이 없대

그럴 수가 있냐고
너무 좋아 느껴지지 않는다고


믿을 수가 없다니
그것뿐이래


내가 할 일은 그거 하나,
믿고 열어 받아들이는 것

약수터를 찾아
한 번 두 번 세 번
새로운 물을 마시는 것



자세히 보면 못난 너를

더 자세히 보니


멀리 날아

아름다운 네가 보였어.


위를 보니 하얀 구름

네 안의 하늘을 보았어.


흔들리며 빛나는 그림자까지도


가만히 앉아 퍼득이는

너의 날갯짓 같던...

그런 날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자랑할 게 많다 여긴 나를 용서하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