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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Jun 28. 2024

오지 않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는 심정

기다림 정류장

사람이 많습니다.

뭔가 좋은 게 있나 봐요.


그리 많이들 서있는지

슬쩍 물어봤더니,

잘 모르겠대요.


그냥 다들 기다리기에

자기도 기다린다고 하네요.


저쪽에서 어떤 엄마가 보여요.

빨리 오라며 여기 서 있어야 한다고

싫다는 어린 걸음을 재촉하고 있네요.


글쎄요. 아이는 벌써 지쳐 보이는데

그래도 이게 좋은 걸까요?


한 두 명이 성공하여

전설처럼 떠났다는 소문이 들리지만

여전히 이곳엔 사람이 많죠.


오지 않는 버스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걸어 나서면

어디로든 갈지 모르지만


어쩐지 우리는 정류장을 벗어나지 못해요.


쉽고 빠르게 나를 태우고 갈

버스만 온다면!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나도 될 거라 믿어요.

너는 안 돼도 나는 될 거라 믿어요.


복권을 사면서 한 방을 기대해요.

매번 안 됐어도 이번엔 될 거예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행운의 소수가 된 기분은 어떨까요?


정류장엔 전설들이 많죠.

먼저 버스를 탄 사람들의 얘기는 유명해요.


엥? 그런데,

버스가 온 기쁨은 아주 잠깐 뿐이라네요.

그럼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요?


에잇, 모르겠어요.


그래도 좋으니

버스만 온다면...! 


정류장을 뛰쳐나가 내 발로 걸어

아프고 힘들어 그 길에서 죽을 것 같더라도..

그럼에도 그들 중에

행복한 이가 많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에잇, 모르겠어요.

대단하다 싶지만 어쨌든 나는

여기가 나은 것 같아요.


의지도 사라지고

동기도 없어지고

힘이 빠지네요.

이젠 그냥 버텨요.


포기가 안되니까.

아직 살아있으니까.


어리석어도 어쩌겠어요.

그래도 기다리는 우리는

나약하지만 강한 걸요.


용감한 거예요.

살아내는 것 자체로.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의지 없고 힘 없어도

끈덕지게 살 수밖에 없지요.

때론 가만히 있어도 뛰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먼저  이가 말해줬어요.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네요.


옆에 선 아저씨도

아이와 엄마도

함께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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