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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Mar 27. 2022

등에 난 작은 종기 때문에

쉽게 쓰인 글

꿈에서 아빠는

등에 난 작은 종기 때문에

가족 여행에 참석하지 못하셨다.


종기가 난 등을 다시 옷으로 덮으신 후

특유의 그 걸음걸이로

한 바퀴 돌아 핸드폰을 찾으신 아빠는

늘 그랬듯 이불 정리는 당신이 하시겠다고 했고

우리는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자고 일어난 이불이 가득한 방 안에서

아빠는 평소에 입던

하얀 난닝구를 입고 계셨고

항상 그랬듯 말끔한 얼굴이셨다.


그 얼굴을 두 손에 감싸고

돌아올 때까지 여기 계시라고 말씀드렸다.

끄덕이는 아빠에게

꼭 그러시라고 했다.


펑펑 울며...

그러시라고 했다.


아빠가 지금 여기에

지금 이곳에

이 세상에 없다는 걸

꿈에서 나는 알고 있었다.




눈을 뜨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얼어붙어

누운 그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가슴 시림을 그대로 느꼈다.


여느 때처럼

낯선 그리움을

그대로 또 받아들였다.


설명할 수 없는

그렇다고 미치도록 슬프지도 않은

애잔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가슴 아픈

그러면서도 그렇게 아프다고는 할 수 없는

아빠.


나는 이렇게 피부의 촉감까지 생생한데

그런 우리 아빠가 이 세상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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