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인 글
꿈에서 아빠는
등에 난 작은 종기 때문에
가족 여행에 참석하지 못하셨다.
종기가 난 등을 다시 옷으로 덮으신 후
특유의 그 걸음걸이로
한 바퀴 돌아 핸드폰을 찾으신 아빠는
늘 그랬듯 이불 정리는 당신이 하시겠다고 했고
우리는 다녀오겠노라고 했다.
자고 일어난 이불이 가득한 방 안에서
아빠는 평소에 입던
하얀 난닝구를 입고 계셨고
항상 그랬듯 말끔한 얼굴이셨다.
그 얼굴을 두 손에 감싸고
돌아올 때까지 여기 계시라고 말씀드렸다.
끄덕이는 아빠에게
꼭 그러시라고 했다.
펑펑 울며...
그러시라고 했다.
아빠가 지금 여기에
지금 이곳에
이 세상에 없다는 걸
꿈에서 나는 알고 있었다.
눈을 뜨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얼어붙어
누운 그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가슴 시림을 그대로 느꼈다.
여느 때처럼
낯선 그리움을
그대로 또 받아들였다.
설명할 수 없는
그렇다고 미치도록 슬프지도 않은
애잔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가슴 아픈
그러면서도 그렇게 아프다고는 할 수 없는
아빠.
나는 이렇게 피부의 촉감까지 생생한데
그런 우리 아빠가 이 세상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