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지금은 너무 아프니 서서히 식어 정말로 아프지 않을 때 헤어지면 어떨까 생각도 해 보다가...
이별이 괜찮기를 바라는 게 미련한 짓 같아
다시 또 마음이 쓰리다가...
마지막이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아프지 않을 때 헤어지는 게 아니라
아프지 않을 때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날 밤,
10시가 넘어도
11시가 되고
다음 날이 되어도
준석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큰 호흡을 쉰다.
6일째 되던 날,
그의 연락이 왔고,
7일째 되던 날,
서로는 마주 보고 앉아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 나서 둘은
각자의 길로 흩어져 걸어갔다.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고,
집에 와서도 한동안 멍하니 있긴 했지만...
일주일 전과 달리
지민의 마음은 차분했다.
정말로 헤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루는 흘러가고 있었다.
서서히 이렇게 익숙해지겠지...
오빠 없는 일상이 아무렇지 않은 날.
그도 큰 호흡을 쉰다.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큰 호흡을 쉰다.
마지막에도 그녀는 그를 챙겼다.
아픔도 받아들이자.
감정은 내 것이지만 나의 전부는 아니니까.
진짜 나는 더 큰 존재라서 어떤 감정이든 품을 수 있으니까.
혹시나 힘들면 자기처럼 해보라며,
여전히 지민은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 감정이야 어떻게 할수 있겠지만
어쩌면 나는 그녀를 보낸 오늘을
평생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Kill me!
"미운오리새끼는
차라리 백조들 틈에서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응? 아이들 보는 책에 'kill'이란 단어가 들어가다니
이건 좀 심한데?'
조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지민은
멈칫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헤어지고 나서 연속 세 번째, 주말마다 찾아오는 언니를 동생은 열렬히 반겨주고 있다. 먼저 결혼한 동생은 그런 남자랑 결혼하면 큰 일 난다며, 준석과 헤어진 건 아주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나저나 [미운 오리새끼]에 이런 내용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순간 지민의 머릿속에 준석이 했던 말이 스친다.
말 그대로 이전 자기의 죽음이지.
버둥대며 매달리다가 끝까지 가서, 결국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냥 절벽으로 떨어지는 일.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내가 변한 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신 없어하던 내가 달라진 게.
구박하는 다른 오리들을 피해
연못가를 벗어난 미운오리새끼.
죽더라도 백조들한테서 죽기 위해 고개를 숙였을 때,
맑은 물에 비친 자신의 본래 모습은
못생긴 오리 새끼가 아니라 아름다운 백조.
집으로 돌아온 지민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뭔가를 써보고 싶었지만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호흡, 명상... 완전히 변한 것 같았지만 나는 그대로야. 여전히 어찌할 줄 모르고 어리숙해."
번듯하게 이룬 것 하나 없어
아무것도 쓸 수 없다는 지민에게,
준석은 말했었다.
하지만 확실히 변한 건 있지. 행동에 이유를 만들고 간절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원하는 일을 그냥 하고 있잖아. 내 목표가 아닌 남의 목표를 잡고서 늘 비교하며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어 있던 때와는 다르지. 조급하고 불안하던 때를 생각해 봐. 여전히 가끔은 허둥대고 도망치려 하지만 멀리 안가서 확실한 여기로 다시 돌아오잖아. 그럼 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