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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레인 Apr 15. 2023

무명(無名), 아픈 두 글자

chapter 2. 나(자신과의 대화)

episode 5.

김은영(소설가)



너는 결국 잠재력을 발산하지 못한 채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다가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을 거야.



가장 아픈 문장을 스스로 적었다.


예쁘다고 자부했던 눈가에

커다란 주름이 잡히고,

가장 찬란하던 시간을 지나_

이제 마흔을 넘어선 여자는 기도했다.


남은 아름다움이 사라지기 전

그 날이 오기를...



무명(無名)

그녀는 이 두 글자가 슬펐다.


노래를 부르지만 이름 없는 가수가 슬펐고

연기를 하지만 이름 없는 배우가 슬펐다.


분명히 여기 이름이 있는데,

이름이 없다 한다.




참담한 어느 날과

잠못이루던 며칠 밤을 지나


포기할 수 있어 돌아선 이도 있고,


포기할 수 없어 다시 그 슬픔마저 잊고,

설사 죽는 날까지 이름 없이 노래하고 연기하다

어느 날 이 세상에서 정말 사라져 버리더라도...


마지막까지 노래하고 연기하기로 하는 이가 있었다.


철이 없다. 융통성 없다. 무능하다...

그 모든 원망과 상처를 끌어안고


포기할 수 없어 끝내

글을 쓰기로 한 이가 있었다.



평범함?

인정해.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딱 남들만큼 특별해.


평범함 속에서 찾은 특별함.

그게 나야.


어긋난 신념, 주입된 고정관념.

그렇게 연연하던 성공 집착, 인정 욕구...

그런 것에서 이제 가벼워졌지.


고통을 통해 자유를 배웠어.

이제 나는 자유롭게 잠재력을 표출할 거라고.

눈치 보지 않아. 용기가 생겨. 해낼거야. 그렇게 빛을 발하지.


넌 오해하고 있어.

평범함은 특별함의 반대말이 아냐.

평범함을 인정해야 특별해져.

불완전함을 받아들여야 완전해져.


나는 평범함에서 찾았어.

나약한 자신감. 인정하기 싫고 보이기 싫던 열등한 내 모습

가장 두려워하던 그곳에서 사랑을 찾았어.


내가 겸손해질 수 있었던 이유

가난하고 초라한 나를 사랑하게 된 이유.

이제 감추지 않아.


욕망을 흘려보낸 후엔

늘 깊은 감사가 흘렀지.


부족함을 알게 해준 상대에게

적절히 펼쳐진 삶의 상황에 감사해.


세상은 정말이지 나를 도우려고

이렇게 항상 언제나 축복하고 있었어.



절실함마저 무뎌진 어느 날


글을 쓰다 잠이 든 작가는

꿈결처럼 목소리를 들었다.

이름 없이 나고
이름 없이 사라지는 인생

짧은 한평생 이름과 함께 살지만
이름 없음이 본래 너의 모습이야

이름을 얻게 해달라고 하지 말고
이름을 잃게 해달라고 기도하길


그녀의 꿈에

무명가수가 나왔다.


매일 노래하던 그가

홀가분하게 무대에 올랐을 때


눈을 감고 노래하는

무명가수의 무대에는,


노래하는 이가 없고

노래만 있었다.


그날 이후

무명 가수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을 버린 날

이름을 얻었다.


가 없던 순간

온 세상이 였다.



꿈에서 그녀는

온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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