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함, 그 이후
야심 차게 시작한 장편소설의 마감시한이 다가온다. 이번 달 말까지는 써야 문학동네 소설상에 공모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원고지 700매는커녕 200매 수준이다. 그렇다고 서두르지는 않는다. 쓰면서 문득 든 생각이, 이건 장강명 작가의 『그믐』보다는 『표백』에 가까운 글인 것 같았다. 결국 내년 한겨레문학상으로 미루기로 하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던 때를 떠올렸다.
초여름 무렵이었는데, 그때 나는 허망함으로 가득했다. 늦봄부터 이미 모든 게 허망하게 느껴졌던 터였다. 지난해 내내 시사평론에 쏟아부었던 정성 탓이었다. 나만의 컨셉을 세우고, 열심히 책을 읽으며 글을 구상하고 써냈지만, 결국 모든 게 헛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시사평론에 몰두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얻은 수익 때문이었다. 이준석 의원의 "경마장역" 발언에 분노해 일필휘지로 휘갈긴 글을 얼룩소라는 플랫폼에 올렸는데, 예상 밖으로 그 글이 그 플랫폼 메인에 올라 돈을 벌었다.
그러나 지난번에도 말했듯, 내가 정성 들여 글을 쓰기 시작하자 오히려 돈이 안 되기 시작했다. 난 그것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논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알 길이 없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훨씬 더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 글들도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은 암담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언젠간 그 플랫폼이 나에게 다시 주목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매체들과는 달리, 그래도 자신이 속한 진영에 대한 비판들도 비중 있게 실어주는 플랫폼이었으므로. 내가 충성도를 보이고, 열심히 써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면, 다시 돈을 주겠지. 보상 중단으로 사람들이 전부 관두었을 때까지도 난 끝까지 충성도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웬걸... 리뉴얼 후에 보상 재개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그곳은 완전히 문을 닫아버렸고, 그때까지 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다.
그 후에도 이상하게 시사평론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너무 많은 공을 들였기에 그 기량을 그냥 버리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도 시사 관련한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브런치스토리에는 시사 관련한 글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의 에세이가 좋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가끔은 고마운 하루'라는 시리즈를 연재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원하는 글이 아닌데 하는 생각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생각은 흘러 흘러 시사 관련한 글에 예전처럼 치중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글의 방향성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돈이 된다면, 그것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사 비평을 쓰면서 소설을 쓰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므로.... 그렇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글쓰기냐는 다른 문제였다. 그런 생각에 결심을 굳힌 것은 봄 막바지, 5월 말의 어느 새벽이었다. 컬리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태릉입구에서 집까지 걸어가다가 어느 편의점에서 제로콜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난 인스타에 장문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내 신념을 담은 글로 돈을 벌어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고작 몇 번의 요행 때문이었다. 글로 돈을 벌기란 힘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결론이 아니기에 지독하게 악플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
이 양반들아. 내가 글을 통해 벌어본 돈 전부 합쳐야 고작 해봤자 컬리에서 이틀 일하면 벌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내 독자들은 원하는 게 많고, 불만도 많았는지…
그렇지만, 누구도 원망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고, 이렇게 안 되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 길이기도 했다.
이런 글을 쓰고 난 집까지 걸어가며 엉엉 울었다. 그간 내가 그 분야에 썼던 정성 같은 것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서는 한동안은 엉뚱한데 빠지지 않기 위해 알바 말고 정규 직장을 구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다른 직장을 구하기도 했다.
봄에는 상당히 많이 허망했다. 오랫동안 왜 그랬나 생각해 보면, 그건 집착 때문이었다. 시사 관련해서 용돈 벌이 두세 번 해본 경험에 지나치게 집착하였던 것이다. 불교에서 이르기를 집착은 고(苦)를 낳는다고 했다. 쾌락이 있더라도, 쾌락에는 끝이 있으나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잃어버린 그때의 그 쾌락에 집착한다. 그러니까 삶은 근본적으로 불만족스럽다고. 그러니까 인생은 고(苦)라고....
그러다가 들었던 생각은 그럴수록 못 먹어도 Go!였다. 지나간 것, 변화하는 것에 집착하면 인생은 고통스러워진다. 그렇지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즐거워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난 그럴 때일수록 못 먹어도 Go!라고 마음먹기로 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가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것에 더 몰입해보는 것으로...
언젠가 첫 데이트 상대한테 그런 말을 한 적도 있다. 35살 때까지는 원하는 일에 부딪혀 볼 거라고 말이다. 물론 20대 때 내뱉은 수없이 많은 다짐들이 있겠지만, 그 다짐이 떠오르는 건 지금 내 마음에 딱 드는 다짐이고, 첫 데이트 상대를 꼬시고 싶을 때쯤 했던 말이기에 기억하는 것이겠지.... 아무렴 어떠랴.... 35살까지는 내 장편 소설을 마무리 짓자!!! 화이팅!!
P.S. 이제는 시사 관련한 글을 쓰더라도 정말 화가 났을 때 쓰고, 딱히 돈을 바라지 않는 글쓰기만 하고 있다. 만약에 얼룩소 운영진이 새 플랫폼을 차린다면? 에휴.... 지난번에 말한 천관율 에디터 글에 나름의 분노로 상당히 무례한 많이 무례한 댓글을 남겼다. 그들도 사람인데, 아무리 본인들이 하는 일에 애정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무례하게 군 사람에게 돈을 주랴.... 에휴... 잘들 사시라~ 나랑은 제발 엮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