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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준경 May 25. 2024

헤어질 결심, 현대인들의 모든 강박과 헤어지자.

영화 헤어질 결심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인가? 우선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에 보이는 색감들이 아름답다. 그리고 선남선녀가 나온다. 박해일과 탕웨이는 정말 멜로 영화에 안성맞춤인 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 주인공 모두 품위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이 영화를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 / 사진=CJ ENM출처

서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죽은 사람은 4명이다. 그중 3건은 타살 사건이며, 1건은 살인 혐의로 체포가 될 범죄자가 체포되기 직전 자살한 사건이다. 이런 사건들은 이 이야기가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서래는 도합 3명을 죽인 살인자이다. 살인을 위해 알리바이를 조작한다. 첫 번째 남편에게서 도망가지 않고 치밀한 계획을 통해 죽인 이유를 묻자, 남편이 중국으로 쫓아 보낸다고 협박해서 그랬다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서래는 이미 한국 국적 취득자이기에, 남편이 쫓아 보낼 방도는 딱히 없다. 그런데도 치밀한 계획 끝에 살인을 저질렀다.


남자주인공인 해준은 수사 도중 자신이 좋아하게 된 서래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자 수사를 종결시켰다. 그리고 서래와의 관계를 이어 나가며,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사건에 대한 기록을 서래가 없애는 것을 용인해 준다. 그러다가 서래의 혐의점을 발견하고서는 서래의 증거를 인멸하도록 도와준다. 그것은 해준이 서래를 사랑해서였을까? 꼭 그렇게 보기만은 어렵다. 왜냐하면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이 죽은 사건이 발생하자, 서래에게 혐의점을 딱히 발견하기 어려움에도 자꾸 서래의 범죄 혐의를 찾아내기 위해 집착하기 때문이다. 심한 집착과 타겟 수사로 인해 저 여자가 불쌍하지도 않냐고 후배에게 면박을 들을 정도다. 그러나 이후 서사에서도 볼 수 있지만, 서래를 향한 해준의 감정은 여전하다.


따라서 해준이 서래의 증거 인멸을 도와준 것은 단지 사랑 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가 증거들을 서래에게 주며 수사를 회고할 때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다”고 말한다. 즉, 자신의 실수가 드러났을 경우, 타인이 자신을 모욕할 수도 있다는 의식이 있었고, 해준의 증거 인멸은 서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함이 더 커 보인다.


이 이야기는 현대인의 고통과 그로 인한 강박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되어야 한다. 모두가 알듯이 인생은 고통스럽다.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자꾸 평가하려 든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런 고통을 풀어내려고 시도한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관계는 계속 변화하기 마련이다. 이런 고통은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면서, 빠른 변화를 마주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더 심하게 느껴진다. 잘 알지 못하지만, 업무상 만나야 하는 사람이 많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고통은 배가 된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이 흔히들 하는 방법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는 것이다. 품위 있어 보이는 해준과 서래의 행동들은 모두 그런 고통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해준과 서래가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무엇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큰지를 여실히 잘 보여주는 것은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이 죽고 나서 해준과 서래가 만났을 때 서로 주고받는 대사이다.

     


해준 :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서래 :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해준은 자신이 실패한 수사의 증거를 발견한 후에 인멸하고는 우울증에 걸렸다. 그런데 서래가 바뀐 자신의 관할 구역에 와서 다시 남편이 죽는 일을 발생하게 하자 자신을 만만하게 본다고 화를 낸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해준이 품위를 지키는 이유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이다.


반면에 서래는 해준의 말을 듣고 자신이 그렇게 나쁘냐고 반문한다. 결말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래가 해준을 사랑하게 만든 사건은 해준이 자신의 살해 증거를 내어줬을 때이다. 서래는 해준에게 그때를 녹음한 파일을 두고 당신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서래는 왜 그 말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이라고 생각했을까? 이외에도 사랑이라고 인지할 만한 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그 일을 자신의 살인 행위의 정당성을 온전히 이해받은 사건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한 징후는 첫 번째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자신의 첫 번째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며, “제 이야기를 듣고 울어준 단일한 한국 사람”이었기에 결혼했다고 말했다. 그 또한 자신의 모친 살해에 대한 이해라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따라서 서래가 품위를 지키며 살고자 노력하는 것은 이해받고 싶어서이다.


사랑은 어느 정도의 오해를 동반한다. 해준은 서래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하여 긴장하지 않아도 몸이 꼿꼿해서라고 말한다. 그것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그 말은 서래 뿐만 아니라 해준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서래와 해준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품위를 지키고자 한다. 그래서 해준은 서래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서래가 추구하는 것은 이해받는 것이며, 해준이 추구하는 것은 인정받는 일이다. 그러니 둘은 서로 다른 점도 많다.


그렇게 서로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이해했었던 과거의 관계들이 서래와 해준의 로맨스의 배경이 된다. 바로 서래와 그의 남편 기도수의 관계, 그리고 해준과 그의 아내 정안과의 관계이다. 그리고 부부의 관계에서 많은 부분이 오해로 비롯되었음을 알고도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강박적 행동을 벌인다. 기도수는 아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고, 자신의 이니셜을 아내의 몸에 새겨놓는다. 반면에 정안은 여러 통계를 신뢰하고 편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섹스리스 부부의 55%는 이혼한다는 통계를 신뢰해 섹스 관계를 의무화한다. 그러나 기도수와 정안은 그런 강박으로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두 부부 관계는 모두 파국을 맞는다.


헤어질 결심이 보여주는 것은 결코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다. 인간이 고통을 피하고자 계속하는 강박적인 몸부림이, 결국에는 사람을 얼마나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고통은 강박적 행동을 통해 피해지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통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온전히 느끼고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용인해 나가는 일이 아닐까?



* 이 글은 얼룩소(alook.so)에 같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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