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우붓 [Bail Ubud]
이 여행은 혼자가 되는 두려움을 극복해 보기 위해 시작했다. 발리는 신혼여행지로도 익숙하지만 발리 우붓은 혼자 여행객을 위한 곳으로 유명하다. 신혼여행지이면서 Solo Backpacker [백패커]들의 여행지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이 곳.
예상했던 것보다 혼자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많았고 유독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어쩜 내가 혼자 여행하는 여자 사람이어서 유독 더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은 왜 혼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무슨 사유로 그들은 우붓으로 여행을 왔을까?
#1.
우붓에서 유명한 요가원 중에 요가반 [Yoga Barn]이라는 곳이 있다. 마침 내가 묵는 호텔이 요가반에서 걸어서 3-4분 거리에 위치 해 있어 여행 중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되었다. 요가를 하러 가는 날도 있었고, 어떨 때는 요가원 내 카페에 앉아 주스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토요일 저녁 8시에 명상요가 [Meditation Yoga]를 한다기에 나도 참여해 보고 싶어 30분 일찍 요가반을 찾았다. 토요일 밤 8시에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많을까 하고 아무 의심 없이 요가를 하러 갔다. 그러나 큰 착각이었다. 1시간 전에 이미 정원 55명 마감이 끝났단다. 사람 심리란 게 참 웃긴 게 참석을 못하다고 하니 왠지 이 명상요가를 반드시 꼭 듣고 싶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끌어 올랐다. 그러던 중 옆을 보니 나처럼 등록을 일찍 하지 못한 누군가가, 혹시 등록해 놓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불참자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한다. 옆에서 엿듣던 나도 접수처에 있는 직원에게 그녀와 똑같이 요청했다. 기다리는 사람은 어림짐작으로 55명이나 되어 보이지 않았다...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 누군가가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면 속으로 빌었다. 신청하고 꼭 결석하는 사람은 1-2명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결원도 없었다. 그렇게 모두 요가 스튜디오로 들어갔고 밖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건 그녀와 나뿐이었다. 우리의 인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독일인이었다. 작년에 이 곳 우붓을 일주일 정도 여행 왔다 다시 독일로 돌아갔는데 이곳이 그리고 이곳 사람들이 너무 그리워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2달간 여행을 할 예정이며 좀 더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여행 후 독일로 돌아갔을 때 정해진 건 없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 여행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고 싶다고 했다. 항상 밝은 표정의 우붓 사람들을 보며 자신도 웃게 되었고, 모든 이들에게 그저 긍정적인 기운을 내주고 싶다는 그녀. 그녀는 만나는 모든 이에게 친절했고 우울해 보이는 누군가를 보면 그 사람을 웃게 하려고 노력했다.
#2
쿠킹 클래스를 참여했다. 발리 한 농장에 가서 직접 야채를 재배하고 그곳에서 현지인으로부터 인도네시아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그녀는 영국인이었다. 자신을 런던 출신이라고 소개하는 그녀는 1년 세계 여행을 계획했고 지금 그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Top Gear UK"라는 프로그램에 PA(Production assistant)로 2년간 일을 했었는데 프로그램의 인기 상승과 함께 출연자들의 거만은 하늘을 찔렀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물론 일이 너무 고되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1월부터 시작된 그녀의 세계여행. 지금까지 너무 잘해온 자신이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여정이 너무 기대된다는 그녀. 그녀는 지금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까?
#3
그녀는 캐나다 사람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식당에서 서빙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원했던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여전히 원하는 일을 찾고 있다고 했지만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서빙 일이 즐겁다고 했다. 3개월간 발리에 머물 예정이라는 그녀는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도 일을 금방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유롭고 유동적인 서빙 업무에 만족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Just do whatever you want and
flow to the way that your heart tells you.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일단 시도해. 그리고 너에 마음에 네게 말하는 대로 따라가]
인생에서는 그리 될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다. 과정에서는 알 수 없는, 결과를 겪고 나야 깨닫게 되는 것들. '아 내가 이렇게 되려고 그때 그랬구나.’ 하는 것들.
이 여행의 시작은 철저한 도망에서 시작되었다.
나에게 한꺼번에 많은 시련이 쏟아져 내렸다. 그 시련들이 한 번에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발리로 우붓으로 훌쩍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도망치자, 일상에서 도망쳐보자에서 시작된 여행이었던 것이다. 모든 일들이 잘 풀리고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세상. 도망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었던 세상들, 알지 못했을 사람들, 느끼지 못했을 깨달음들..
물론 그것들을 모른다고 하여 내 인생에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세상을 모르고 지냈다면 나는 늘 남의 시선의 나를 껴 맞추는 삶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아픔들이 내게 한 번에 몰아친 이유는 내게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해주려고 그랬나 보다. 그렇게 나를 발리 우붓으로 내던지게끔 하기 위해 몰려왔던 것이었나 보다. 내게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혼자라도 괜찮아. 혼자라도 괜찮아, 괜찮다 라고,
남들이 사는 그 선로 위를 따라가며 사는 것만이 답이 아니야 라고,
누군가의 시선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그저 너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너의 마음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며 살아, 세상에는 정해진 답이 없어, 정해진 삶의 방식은 없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