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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Feb 23. 2018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다.

나를 독립적인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혼자서 카페 가는 일도, 혼자서 쇼핑을 하는 것도, 가끔 좋아하는 영화를 혼자 보는 것에도 개의치 않기 때문에 나를 독립적이다 라고 판단한다.

혼자 카페 가는 것을, 혼자서 쇼핑을 하는 것 등에 익숙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쩜 독립적인 것과 외로움은 다른 위치 선상에 있는 개념일지 모르겠다.


독립적이지만 외로움은 많다.


그리고 그 외로움 때문에 놓지 못하고 질질 끌게 되는 무언가도 있다.


나만 놓으면 끝나는 사이.


응석 부릴 누군가가 필요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다는 그저 매일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만 놓으면 되는 걸 알면서도 꾸역꾸역 그 관계를 이어 나갔다.

그저 혼자가 되는 게 싫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다시 혼자가 되는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만 놓으면 되는 관계에서 결국 그 끈을 놓게 되는 건 그 끈을 유지하려고 아등바등하는 쪽이다. 혼자 일 때 보다 둘일 때 느끼는 외로움은 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처절하게 그 감정을 느끼고 난 후에 끈을 놓았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혼자 여행을 결정했다.

오롯이 혼자서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혼자의 자유로움은 좋았지만 여지없이 찾아오는 외로움 때문에 다시는 혼자서는 여행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나는 혼자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구나를 느끼며..  

하지만 다시 그 길 위에 서 있다.

모든 게 지쳤다. 모든 인연의 끈을 지속시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내가 안쓰러웠다.

한 발자국 잠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좋은 사람 인척, 좋은 연인 인척, 열심히 사는 누군가 인척 하는 나 자신에서 당분간 거리를 두고 싶었다. 온전히 고립되어 보고자 혼자 여행을 결정했다.


내가 선택한 장소는 발리 우붓[Ubud]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지내보자.

온통 초록색으로 뒤덮인 발리 우붓, 내가 아는 이도 알고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는 곳.

사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두려움이 늘 앞선다.

물론 내가 선택한 것이고 아무도 혼자서 가라고 등 떠밀지는 않았음에도 두려움은 존재한다.

그 두려움의 폭은 참으로 다양하다.

밤늦은 시간에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무사히 호텔까지 갈 수 있을까?

몇 달 전 크게 관심 두지 않았던 발리에서 발생했던 화산 폭발 기사에 갑자기 겁이 났다. 안전할까?

그리고 어쩜 나를 가장 걱정하게 했던 건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그리고 내가 그토록 피하고 싶어 하는 혼자가 되는 것을 나는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였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두려움으로 출발 하지만 그 과정은 안도감이다.

자연이 우거진 곳에서 요가를 했다. 많은 여행객에 뒤섞여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땀으로 뒤범벅되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호흡에 집중해 보았다.

< 우붓에 위치한 요가반[Yoga Barn]>

겨울 내 움츠러 들었던 어깨를 펼 수 있었다.

두 겹 세 겹 껴입던 옷 때문인지 답답하던 마음은 가벼워진 옷차림 덕택인지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형형색색에 장신구들과 화려한 옷들을 파는 샵들에 정신이 팔리기도 했고,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어느 카페에 앉아 멍하니 마음에 여유도 가져보았다.  

지나갈 때마다 웃으며 인사를 해 보이는 현지인들 덕분에 두려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 여행 후 현실로 돌아갔을 때 나를 뒤 감싸고 있는 많은 근심과 고민들은 그렇게 내 방구석구석에 해결되지 않은 채 겹겹이 쌓여 있을 것이다.

어쩜 더 커진 채 나를 휘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결하러 이 먼 곳까지 온 것은 아니다.

그저 그냥 잠시 한 발짝 물러나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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