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우리는 언제나 우리 였으면 좋겠다.

by Panda

한없이 나를 기다려 주는 것들이 있다.


요즘 제주는 새로 생긴 카페들과 공간들이 나를 반겨준다. 그 중 제주시 탑동에 위치한 아라리오 뮤지엄은 매번 볼 때마다 '이곳이 이렇게 탈바꿈하다니' 생각이 들면서 어색함을 준다. 싫지 않은 어색함이다. 아라리오 뮤지엄 전 이곳에는 제주시에서 제일 큰 영화관이 있었다. 그곳은 탑동 시네마라고 불려졌다. 처음 탑동 시네마가 생겼을 때 큰 영화관이 생겼다고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10년, 20년 시간이 흘러 탑동 시네마는 아무도 찾지 않는 초라한 영화관으로 전락했다. 그런 곳이 뮤지엄으로 변신한 것이다. 그 덕인지 근처에는 힙한 카페들도 하나둘씩 생겼다. 서울에서 꽤나 유명한 수제 맥주집도 제주로 이전하면서 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탑동이라는 공간은 제주도민들에게는 공원과 같은 곳이다. 바다를 벗 삼아 여유롭게 걷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가벼운 운동을 즐기기는 장소이다. 여름밤이면 언제나 공연이 열렸다. 그런 탑동이 조금씩 세련되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탑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 생긴 카페 때문도 수제 맥주집 때문도 아니다. 한결같은 그곳만의 정취 때문이다. 뭐랄까..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그런 기분이다. 한동안 각자의 삶에 바빠 만나지 못했던 옛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나면 처음 몇 분간은 조금 낯설다. 친구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세련미가 생겼다. 어쩐지 내가 알던 10대 시절 그 순수했던 얼굴은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한두마디 나누다 보면 당시 함께 꿈을 공유하던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어색함은 없어지고 금세 편안함을 준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취향이 변하며 그에 발맞춰 도시도 변모한다.하지만 우리가 계속 어떤 특정한 곳을 방문하는 이유가 있다. 그곳만이 가지는 그 고유성, 그것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외관은 변하지만 그 감성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내가 언제나 나 이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세월이 지나며 달라지는 면이 있다. 얼굴에는 주름이 하나둘씩 생겨 날 것이고, 십 대 시절 혹은 대학시절 갖고 있던 취향이 완전히 변해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좋아하는 음식도 바뀔 수 있다. 싫어해서 입도 대지 않았던 음식이 지금은 없어서 못 먹게 되는 그런 경우처럼 말이다. 물론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도 때론 바뀌게 된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내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시콜콜한 유머를 주고 맡으며 웃을 수 있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중년에 나이가 되어도 새로운 꿈을 꾸는 그런 나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남아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기적일 수 있지만 너 역시도 그대로의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꿈을 꾸는 소녀 마음을 계속 간직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무것도 아닌 것에 박장대소할 수 있는 너였으면 좋겠다. 서로이기에 찌질한 고민을 주고받으며 위로의 한마디를 전할 수 있는 그런 우리였으면 좋겠다. 너와 내가 변해도 우리는 우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끊임없이 세련되는 도시의 모습은 참 좋다. 새로 생긴 카페를 발견하는 일도 재미있고 내가 알던 곳에 멋진 공간이 새로 생기는 일도 괜스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래도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변하는 그 모습 속 내가 좋아하는 그 감성만은 언제나 그대로 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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