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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Jul 16. 2017

글을 쓰는 이유

위로를 받고 싶었다.

어느 날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왜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글들을 좋아하는 걸까.."


어쩜 위로가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아무에게도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괴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한다. 어쩐지 괜히 찌질해 보이기도 하고, 궁상맞아 보일까봐서.


툭 터놓고 고민을 친한 친구에게 털어 놓을 때도 있다. 그런데 뱉는 순간 '아차' 하는 후회가 함께 밀려 온다. 그 말은 하지 말걸 그랬나, 그래 그건 오버였어... 하며... 또 그렇게 모든 내 속마음을 내비칠 정도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렇다. 어쩜 후자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같은 상황을 공감해 줄 친구가 점점 줄어 들었다.



그래서 읽고 또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한 대화를 위해서, 혹은 한없이 공감해 줄 대화 상대를 찾기 위해서.. 특별한 삶을 보면서 선망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잠시 일뿐 소소하고 평범한 삶을 보며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어쩜 인생이란 다 같은 길위에서 걸으며 고민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일본의 만화가이자 작가인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들을 참 좋아한다. 그녀의 책들에는 "20대에 해야 할 일들/30대가 가기전 꼭 이루어야 할 것들/40대에 놓치면 안 되는 것들"과 같은 조언들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극적인 상황도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성공비결도 담고 있지도 않다. 내 마음을 들켰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일상적이고 내가 매일 겪고 느끼는 비슷한 작은 걱정거리들을 담고 있다. 작은 걱정거리라고 언급해 보지만, 그 작은 것들이 내 삶에 들어올 경우 작게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매우 큰 근심으로 다가온다. 두껍지 않은 이 만화책들을 읽다가 몇 장을 남기지 않게 될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마치 말이 잘 통하는 누군가와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하는 시간과 같은 느낌이다. 나는 아무 말을 하진 않지만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선물은 말이지~
서른 다섯살이나 되면 원하는게 별로 없단다.
대출은 있지만, 집도 샀고, 애인은 원하지만 아무나 만나고 싶은건 아니고,
내가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 것은,
음....
"보장"
일지도, 어떤 의미에선 뭔가 메마른 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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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사랑을 할일도 없다.
길거리에서 뒤돌아봐 주는 사람도 없다.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면 일을 하려고 생각했지만
그때가 되고 보니 이미 일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일도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라고 정해져 있어서 만약 일을 한다고 해도 가족이 고마워할 것도 아니다.
억지로 일을 나가지 않아도 되니깐 행복한 거라고 모두들 말한다.
그런말을 들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는 내 자신이 희미해 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희미해지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중, 저자 마스다 미리


물론 성공스토리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때때론 '그래, 나도 열심히 좀 살자' 하며 동기부여를 얻곤 한다. 하지만 공감이 가고 소소한 글들에 울림이 더 크게 남는다. 어쩜 '에효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말하고 난 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있어 보이기 위해 말을 꾸미며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다.


가끔 쓰기도 한다.

일기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써내려가다 보면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와 같은 느낌을 주곤 하기 때문이다.


종종 말보다 강한 힘을 가진 것이 글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글을 읽기도 하지만 동시에 써보기로 시작했다.


 

위로받고 위로하기 위해서.


사람은 무엇을 글로 쓸까요? 왜 쓰는지는 여러 가지로 대답할 수 있지만 무엇을 쓰는지는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내면에 지닌 생각과 감정을 글로 씁니다. 당연한 말이죠? 글쓰기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문자로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내게 없는 것을 만들어 쓰지는 못합니다.

- 표현의 기술 중, 저자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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