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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Dec 14. 2017

다짐

선택받은 인생


가끔 SNS을 하다 보면 세상에 이렇게 잘난 사람들이 넘쳐 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쁜 얼굴에 명품백은 기본이고 완벽한 배우자와 연예인 못지않게 이벤트/행사를 참여하는 그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러워하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부러워지기 일 수다. 국내뿐만 아니다. 조그마한 핸드폰 속 해외 유명 패션 블로거들의 화려한 삶을 엿보다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래..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선택받은 인생이야. 나와는 애초에 태생이 틀려. 어차피 나는 태어나길 그들처럼 될 수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어'로 화려한 누군가의 삶을 신이 정해준 선택된 삶으로 단정 짓곤 한다.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가 붓 탓을 하듯 말이다.


어느 날 퇴근 중, 집에 가기 위해서 항상 타던 버스에 몸을 실었다. 퇴근 시간이 조금 넘는 때여서 그런지 버스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항상 앉던 창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날도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 들고 킬링타임용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SNS 세계는 변함없이 CF 주인공과 같은 이들로 가득 찼다. 무의미하게 쭉 피드를 둘러보다가 문뜩 든 생각 (유난히 텅 빈 버스 안과 창가 자리, 라디오에서 흘려 나오는 잔잔한 음악은 감상에 빠지기 최적에 타이밍이다). 

 

.

혹시 나는 계속해서 타협하는 삶을
살아온 건 아닐까..


목표를 설정해 두고 가는 길 중 중간에 잠시 쉬운 경로가 생기면 편한 길로만 가려하고 그러다 결국 그 쉼에 빠져 그 자리에 머물러 정착해버렸던 건 아닌가 싶다.



여행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선택권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태생부터 다르다’가 아니고 여행의 시작점은 모두 똑같다.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상에 서 있다. 첫 여행길에서 나도 이 도시를 모르고 늘 상 멋진 라이프를 사는 것 같은 가상의 누군가도 그 도시를 모른다. 여행이란 여정을 만들어가는 건 인생이란 여정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모두 동등한 출발점에 있고 무얼을 만들어가느냐는 "나"에 달려 있다. 일단 여행을 시작 한 이상 그 도시에서 어떠한 경험치를 가지지 못함에 대해서 아무 탓도 할 수 없게 된다.

 

2013년 겨울쯤 대만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대만에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딘타이펑이며, 한국에서도 한동안 인기가 참 많았던 망고빙수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로 알려진 지우펀이며  꽤 익숙한 스폿들이 많다. 그러나 내 여정에서 나를 가장 설레게 하고 때때로 대만을 그리워지게 했던 것은 음식도 아니었고, 지우펀도 아니었다. 대만에서 매일같이 받았던 바로 '샴푸서비스'와 '다리마사지'였다. 아무 미용실이나 들어가서 샴푸라고 하면 정말 한 시간 동안 머리만 감겨준다. 가격은 1시간에 7천 원 정도인데 구석구석 샴푸를 받고 나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또한 내가 묶었던 호텔 근처는 '대만의 명동'이란 곳이었는데 호텔에서 나와 2-3분 거리 내에 마사지 샵들이 즐비했다. 60분 다리마사지가 한화로 약 만 오천 원 정도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기 전 마사지를 받으며 그날을 마무리했다. 대만 여행을 갔다 온 이들과 여행 무용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내가 신나서 샴푸와 다리 마사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모두 처음 들어본 표정을 짓곤 했다.

< 다리마사지 숍 중 하나. 마사지 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데 사실 너무 당황했다. 하지만 가장 저렴한 샵이었고 마사지도 매우 좋있다>
<지우펀>

먹는 여행, 쇼핑여행, 관광여행 등 많은 여러 여행 콘셉트 중에서 내가 만들고 싶었던 대만 스토리는 힐링이었다. 그때도 나는 참 바빴었고 정신없이 일에 치여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짧은 일정 동안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 늘어지는 여행이 되고 싶었었다. 생각해 보니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대만과 힐링 이라니. 대만은 먹방이고 이것도 먹어야 하고 저것도 먹어 봐야 한다는 주변에 소음에 타협하지 않고 내 스토리를 유지했다. 그것은 힐링여행.


일상에서 들여다보면 스스로 선택하고 조금만 움직여 실천하면 윤택해지는 것들이 꽤 많다. 10분 일찍 일어나 허둥지둥하며 출근하는 것을 피한다던가, 오고 가는 이동 시간 동안에 봤던 인터넷 기사와 SNS를 또 보고 또 보며 시간 낭비하는 대신에 책을 읽는다던가, 전 날 저녁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정하고 잠이 든다던가(그럼 10분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아마 여유 있게 출근할 수도 있겠다), 회사 동료들과 쓸데없이 뱉어내는 말들을 줄인다던가(결국 집에 와서 후회한다), 퇴근 후 딱 30분만 자격증 시험공부를 한다던가,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나 괜한 쇼핑을 하는 일을 줄여 본다던가(그럴 때 한 쇼핑은 꼭 집에 와서 보면 쓸모없는 물건들이다).

하루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이리도 많은데 '저 사람은 애초부터 선택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랑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야. 난 저렇게 될 수 없어' 하고 이미 태생부터 글렀다며 나를 다른 카테고리로 분리해 버리다니...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고 몸짱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계속해서 가져갔다면 아마 #운동스타그램 의 멋진 몸매의 소유자들처럼 내게도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매해 아니 매주 쉬운 길만 쫓아다니느냐고 나에게 만족하는 삶의 모습을 스스로가 포기해 버린 거나 마찬가지인 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자존감이 낮은 지인을 보며 그런 느낌을 받은 적 있다. 남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성향. 내가 어제 보다 혹은 일 년 전 보다 성장했는지, 즉 나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기보다는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서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음을 혹은 못함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듯해 보였었다. 때로는 남을 자꾸 헐뜯고 단점을 발견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뭔가 우월하다는 착각을 가지는 모습도 보았었다. 결국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그런 자존감 없는 모습을 보며 참 매력이 없다고 느꼈었는데 결국 나 역시도 내 자신이 아닌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며 매력 없는 사람을 자초해 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옛말처럼 하나씩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이제는 타협하는 삶과 안녕해 보기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물러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 보는 첫걸음을 떼어 보기로 했다.



(여담) 저는 회사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한 1시간 정도 돼요. 윗글을 쓰고 정말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기로 했는데 그중 가장 먼저 실천하고 있는 게 지하철에서 핸드폰 대신 책 읽기예요 :). 지하철 안에서 다음과 네이버에 모든 연예 기사 섭렵한 후 온갖 SNS 피드 보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는데, 집에 안 읽고 쌓아 두던 가벼운 에세이집 먼저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3-4일이니깐 금세 책 한 권을 다 읽게 되더라고요..! 괜스레 뿌뜻하기도 하고, 굳이 시간 내서 독서를 할 필요도 없고 매번 저책 얼른 읽어야 하는데 하며 은근 스트레스받는 일도 줄었고요. 지금의 습관을 최대한 이어가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이런 작은 습관들을 먼저 고치는 노력을 하고 계신지, 혹은 오늘부터 결심하고 계신 것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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