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게

by 김 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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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게


우리나라에는 무려 180여 종의 게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에서 잡히는 게들은 꽃게를 대표로 하여 대게, 털게, 홍게, 돌게 등이 있고

민물에서는 참게, 농게, 방게 외에 다소 생소한 갈게라는 민물 게가 있다.

좀 더 정확히 분류하면 민물도 바닷물도 아닌 염생 지대에서 사는 게이다.


고향 곳 강변에는 염생 지대로 분류되는 저지대가 많이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간만의 차가 있는 이곳에는 예외 없이 갈대밭이

자연적으로 잘 형성이 되어있다.

이곳 갈대밭에서 서식하는 크기가 고만고만한 게를 우리들은 그냥 '갈게'라고 불렀다.

지금은 하천 정비와 개발로 인하여 사라져 버리고 없지만 양산천과 낙동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인 경부선 물금역 근처 호포 다리 밑에는 커다란 갈대숲이 잘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갈게 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유독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아마 두 강의 합류 지점이라 먹이가 풍성하고 개펄이 적당히 쌓여있어 게들이 자리 잡고

번식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다.


갈 게의 크기는 어른 엄지손가락 첫마디만 해서 보통 때는 식용으로는 잘 잡지 않는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조금 한가해지면 봄에 천엽 나가듯이 마을 아줌마들이 날을 받아

밤에 갈게 사냥을 나간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갈대밭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배의 노를 저을 남정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한밤중에 게 잡이를 나가기 때문에 횃불을 남자들이 들고 밝혀 주어야 한다.

갈 게를 잡는 도구는 특이하게도 잡은 게를 담을 깊이가 제법 있는 양철 물동이와

일반적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쓰레기 받이와 작은 빗자루가 전부다.

어두운 밤에 개펄에다가 갈대마저 우거져있는 곳에서 하는 작업이라 상당히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들은 절대로 동참을 시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잘못하면 횃불로 인해 인화성이 강한 갈대밭에 불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 마음에 이 갈게 잡이에 꼭 한번 따라나서고 싶었다.

문간방에 사시는 아주머니나 친척인 외숙모에게도 사정해봤지만 그때마다 거절당한 건

당연지사.

한 번은 갈게 잡이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미리 강가에 나가 먼저 배를 타고 앉아서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를 측은히 여겼던지 외숙모의 특별 보증으로 갈게 잡이에 용케 동참할 수가 있었다.

어른들의 여러 가지 주의 사항이 귀가 아프도록 말해주었지만 함께 게 잡이 간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어떤 잔소리던 기분 좋게 들렸다.

횃불을 밝히고 약 2km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거룻배에서 바라봤던 황홀했던 고향의

밤 풍경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양산천 입구에 도착하자 설물 때 배가 뻘 위에 얹히지 않도록 적당한 곳에 대고서는 경험자의

안내에 따라 모두 단단한 채비를 하고 하선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약속한 대로 배에 남아있기로 했다.

남자들은 모두 횃불을 높이 들고서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주위를 밝히니 한밤중에 갈대밭이

때아닌 장관을 이루며 눈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쓰레기 받이로 어떻게 갈 게를 잡지?

정말 궁금하였다.

처음에는 배에서 내리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점차 어두움에 눈이 익숙해 지자 나도 배에서

슬거머니 내려가서 불빛을 따라 갈대숲을 조심스레 헤치고 들어갔다.

낮에는 개펄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밤에는 갈대 위에서 잠을 자는지 모든 갈게들이 갈대

중간쯤에 기어올라가 매달려 있었다.

많게는 한 갈대에 대 여섯 마리까지 올라가 있었다.

불빛을 보고 사람들의 인기척에 놀라서인지 갈대 위의 갈게들이 일제히 내려와서는 좀 더 밝은

방향으로 향하여 몰려가고 있었다.

갈대에서 게가 내려올 때 쏴! 쏴! 쏴! 하면서 아주 기묘한 게들의 합창 소리가 갈대숲

여기저기에서 들러왔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쓰레기 받이를 대고서는 빗자루로 갈게들을 쓸어 담는다.

조금은 싱겁지만 이게 갈게 잡이의 전부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말 독특한 게잡이였었다.

게가 워낙 많아서인지 한 시간여 만에 가지고 간 물동이에 대부분에 게가 거의 차올랐다.

공동 작업이고 또 그냥은 요리를 해 먹지를 않았기 때문에 적당량 이상은 잡지를 않았다.

그날 구경꾼으로 참여한 내 몫도 동네 아주머니들의 특별 배려로 챙겨 주었다.


잡아간 갈게는 하루 정도 해감을 시킨 후에 어머님께서 간장 게장을 담갔다.

오지항아리에 갈 게를 넣고 끓인 간장을 부어서 게장을 담는 방식은 여느 간장게장 담는 방법과

유사했다.

이 갈게 장은 다음 해 봄 푸성귀가 귀한 시기에 우리들 밥상에 올라와 입맛을 엄청 돋우어 주었다.

너무 짜니까 한 입에 다 넣지 말고 여러 번 나누어서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먼 옛이야기다.


이제 處暑도 지나고 더위가 한 풀 꺾이면서 귀뚜라미 등을 타고 가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횃불 들고 쓰레기 받이 챙겨 함께 밤 배 타고 갈게 잡으러 나갔던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 ,,,,,,,,,

지금은 대부분 불귀의 객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그립고 또 보고 싶다.

가을이 남기고 간 사랑이 아니라

가을이 남기고 간 아른한 追憶이다.


2015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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