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

by 김 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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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

용이 되지 못하고 낙오했거나 용이 되기 직전의 미물들을 우리들은 통칭 이무기라 한다.

보통은 몸집이 큰 구렁이를 이무기라 했는데 대형 가물치도 이무기라 부르기도 했다.

이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짐짓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얼굴 전면에는 어딘가 모르게 뱀의 모습과 사람의 형상이 엇 비슷하게 섞이어있다.

피부 색깔이나 문양 또한 범상치 않게 얼룩 뱀을 닮아 있어 으스스 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눈은 어떤가?

정면으로 바라보는 까만 눈은 꼭 사람의 마음을 꽤 뚫어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8월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기온이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며 무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렇게 무더운 날은 가물치가 어린 새끼를 거느리고 깊은 물에서 올라와 얕은 물가로 나온다.

나의 고향은 낙동강 하류 지역으로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방으로 하천 부지권과 일반

생활권으로 명확하게 분리하여 놓았다. 하천권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웅덩이(작은 소류지)가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는 각종 수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으며 제법 깊은 물속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민물고기가 서로의 생태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릴 적 어촌 출신인 외할머니가 자주 집에 다니려 오셨다.

가끔 아버님 상에 올릴 저녁 찬이 마땅치 않을 때는

"덕아, 둑 너머 웅덩이에 가서 얼른 붕어 몇 마리 건져 오너라."

두엄 밭에서 지렁이를 몇 마리 잡아 집 뒤뜰에 세워놓은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들고나가면

금방 어른 손바닥만 한 붕어 몇 마리는 쉽게 낚아 올 수 있었다.

가끔 수초 속에 숨어 있다가 '후다닥' 소리를 내고 도망치는 어른 팔뚝만 커다란 가물치를 자주

만날 수가 있었다.

이 녀석이 어린 나의 호기심에 불을 댕겼다.

한 번 내 손으로 직접 잡아보고 싶은 강한 욕구가 발동을 하였던 것이다.

늦은 가을 물이 줄어들었을 때 동네 어른들이 가래로 짚어 가물치를 잡는 광경을 매년 봐 봤지만

낚시로 잡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하도 궁금하여 무더운 여름날 그것도 온도가 제일 높게 올라가는 오후 2,3시경 웅덩이에

조용히 다가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가물치가 새끼들을 거느리고 물가에서 유유히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너무 가까이 나와 있어서 장대로 내려쳐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와는 달리 새끼들을 보호하느라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얼른 도망을 가지를 않고 새끼들을

모두 돌려세운 후에야 서서히 사라졌다.

나의 자연 학습 선생은 항상 우리 집 정미소에서 일하시는 외삼촌이시다.

"삼촌, 가물치는 뭘 제일 좋아하지?"

"글쎄,,,, 옛날에 물가에 있는 청개구리를 잡아먹는 것을 본 적은 있는데,,,"

"청개구리? "

이른 아침이면 뒤뜰에 있는 무화과나무 잎 위에 조용히 앉아 있는 청개구리를 장난 삼아

몇 마리 잡아 가지고 논 적이 있었다.

낚싯대는? 그리고 낚시는?

붕어용 낚싯대로는 약할 것 같아서 제법 굵은 생대나무를 이웃 동네 친구 집에서 하나 구해왔다.

당시 갈치는 모두 낚시로 잡았는지 갈치마다 입속에 커다란 낚싯바늘이 하나씩 들어있었다.

내 책상 서랍 속에는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각종 무기가 여러 가지 있었는데 이 중에 이런 낚시

바늘도 들어있었다.

준비 완료, 요즈음처럼 무더운 여름 오후 단단한 채비를 하고 소유지로 나갔다.

사람의 그림자만 보여도 어미 가물치가 지레 겁을 먹고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적당한

포인트를 정한 후 옷이 젖든 말든 물이 제법 차 있는 무논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제법 자란 벼 속에 몸을 감추고 아직도 살아있는 청개구리 뒷다리를 낚시에 걸었다.

약 3m 길이로 낚싯줄을 조정하여 물 위에 던져 놓고는 천천히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유인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똑같은 캐스팅을 계속하였다.

드디어 나타났다.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내가 목표를 하고 있는 어미 가물치가 아니라 어른 중지 정도의

새끼 가물치였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수차례 캐스팅을 하고 있노라니 드디어 어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런데 어미의 태도가 범상치 않았다.

신기해하며 청개구리 미끼를 따라오는 새끼들을 몸으로 가로막거나 입으로 쫓아내고 있었다.

어린 내가 봐도 어미가 새끼들에게

"이건 위험한 거야, 건드리지 마!"

하고 안전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기를 수차례, 철없는 새끼들은 어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개구리 미끼를 돌아가며

건드리기 시작했다.

어미는 계속 새끼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만류하며 치열한 신경전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한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화가 난 어미가 강하게 점프를 하며 청개구리를 낚아 채 버렸다.

참지 못한 어미의 경솔한 행동이었다.

나는 이때다 하고 있는 힘을 다해 낚싯대를 무 논 속으로 들어 넘겼다.

어머나! 정말 나 만한 녀석이 낚시에 달려 무 논 속으로 올라왔다.

아직 물이 발목까지 차 있던 무논이라 이놈의 이무기가 놀란 눈을 부릅뜨고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쳐대고 있었다.

살기를 띤 내 눈도 이놈에 뒤질세라 낚싯대를 거꾸로 잡고는 사정없이 후려쳤다.

얼마를 그랬을까, 두서너 평의 무논의 벼가 엉망이 돼 버렸다.

이렇게 하여 황당한, 한편으론 무모한 가물치 잡이는 막을 내렸다.


다행히 이 논은 우리 논이 여서 이무기 한 마리로 아버님의 야단을 막을 수 있었다.

그쪽 지방에서는 가물치와 토종닭을 함께 고와서 내린 물을 용봉탕이라고 불렀다.

특히 산모들은 산 후 보신용을 이 용봉탕을 많이 이용하였다.


이 가물치는 마침 이웃에 산모가 있어서 용봉탕을 해 드시라고 어머님이

선물한 걸로 지금 기억이 난다.


후기; 사실 첫날은 실패했고 며칠 후 낚기는 낚았으나 줄이 끊어져 실패했고 아마 대 여섯 번

시도한 끝에 성공을 하였던 것 같다. 너무 힘들어 더 이상은 하지 않았다.


2015, 8,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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