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회

by 김 경덕


가을 운동회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잇단 사고와 병치레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겨우 3개월만 등교한 후 거의 일 년을 건너뛰어 2학년 가을에야 학교에 다시 나갈 수가 있었다.

그해 가을에도 어김없이 초등학교 시절 우리들의 최고 축제인 운동회가 열렸다.

가을걷이로 일손이 모자라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이날만은 일손을 놓고 전 가족이 운동회에 참가한다.

이날은 마을 전체 아니 전 면민들의 참여하는 축제의 날이다.

각 가정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싸 들고 이른 아침부터 전 가족이 애들을 앞세우고

학교로 향한다.

이런 운동회 때에 부모님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당당히 상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대단한 영광이요 최고의 자랑거리였다.

운동회 순서 중 개인이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두 번이 있다.

하나는 평범한 100m 달리기, 전 학년 공통이다.

또 다른 한 종목은 특별한 상황 설정이 가미된 달리기이다.

장애물 통과, 지정한 물건이나 인물 찾아서 달리기, 젓가락으로 콩 집고 달리기 등으로

학년마다 난이도가 다르다.

그해 2학년에 배정된 종목은 시계 보고 달리기였다.

일반 100m 달리기는 병치레 후라 체력이 약해져 있어서 등수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특별 종목은 능력이 부족할 지라도 기대를 걸어 볼만했다.

지금이야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누구나 쉽게 시계를 볼 줄 안다.

당시에는 시계가 귀한 시대라 대부분 학생들이 시계를 볼 줄 몰랐기 때문에 시계를 보는

요령이 2학년 교과 과정에 정식으로 들어 있었다.

다행히 우리 집 마루 정면 벽에는 내 키만 커다란 벽시계가 걸려있어 시계를 읽는 데는

누구보다 익숙해 있었다.


상을 받을 수 있는 출전 순간이 다가왔다.

교회 밖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더디어 다가온 것이다.

"땅"

화약총이 요란한 소리로 출발을 알렸다.

1조에 8명이 달리는 경기라 중간 정도에서 끼어 열심히 50m를 달려갔다.

선생님 한 분이 커다란 마분지 종이로 만든 시계를 들고 서 계셨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정확히 위에서부터 아래로 똑바로 서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시계 앞에 멈추어 머뭇거렸지만 나는 그렇게 할 할 필요가 없었다.

나머지 50m를 기분 좋게 질주하여 당당히 일등으로 결승 라인을 통과하였다.

당시 종친회 어른이시기도 하셨던 교감 선생님이 들어온 순서대로 줄을 세우고서는

한 사람씩 귓속말로 시간을 물어보셨다.

"몇 시?"

"6시 60분"

나는 확신에 찬 마음으로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틀렸어" 하는

교감 선생님의 한 마디와 함께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만 등수에서 제외돼 버렸다.

그렇게 고대하며 기다렸던 가을 운동회의 일등이 허무하게 푸른 하늘 속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아! 옛날이여"

얼마 후 우리 집을 다른 일로 방문하신 교감 선생님의 한마디

"이 녀석아, 6시면 6시지, 6시 60분이 뭐야"

나는 이 일로 상당한 기간 동안 혼자만의 가슴앓이를 했다.

비록 상은 못 받았지만 이 60분은 내게 주어진 덤의 시간으로 생각하고 평생을

이렇게 살아오고 있다.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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