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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by
김 경덕
Jun 1. 2020
뱀
뱀 이야기를 블로그에 한번 올렸더니 은퇴 후 여주에 낙향하어 농사를 짓고 계시는 지인
형님
한 분이 뱀 제목이 아무래도 꺼림칙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쓰고 싶은 얘기 중 뱀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에게는
단연 톱이고 제일
기억이 생생하
다.
(1)
10살 전후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혼자서 점심을 적당히 챙겨 먹고 나니 집 뒤 미루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던 까치 두 마리가 미친 듯이 둥지 주위를 날며 짖어대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까치가 알을 낳는 계절이라 까치 알 생김새도
궁금해서 한 번쯤 미루나무에 올라가 보려고 내심 작정을 하고 있었다.
까치둥지는 미루나무 위에 높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쉽게 올라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마침 어른들은 들에 일 나가시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이 바로 결행의 날, 울어대는 까치를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미루나무에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울어대던 까치가 내가 나무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조용해
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상 5-6m 높이는 될듯한 둥지 밑에 올라가서 위로 올려다보니
둥지 주변은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였다.
둥지 주위로는 어미 까치가 가끔씩 깍 깍 울면서 돌기만 하고....
어림짐작을 하고 몸을 쭉 뻗어 둥지 밑으로 조심스레 손을 집어넣었다.
알을 집으려고 한 번 더듬으니 예상한 알은 잡히지 않고 뭔가 뭉클하는 서늘한 촉감이 느껴졌다.
뭐지? 하면서 다시 몸을 더 올려 손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홱! 내 팔뚝보다 더 큰 뱀이 놀란 듯 머리를 치켜들며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헉!
이 순간 미루나무 가지를 놓치지 않고 잡고 있었던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갑자기 온몸이 후들거려 나무에서 제대로 내려올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무에서 떨어질 수는 없는 처지, 머리 위엔 큰 뱀, 고공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을 가다듬고 조심조심 내려오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솔직히 그때 어떻게 내려왔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사히 내려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있고 사지도 멀쩡하게 팔방으로 잘도 헤집고 돌아다니고 있다.
뒤늦게 안 사실, 봄이 되면 까치는 둥지에 알을 낳았고 집 지킴이 능구렁이는
이 사실을 알고 때를 맞추어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별식을 즐겼고.....
무지한 초등학생인 나는 이 먹이 사슬 중간에 멋도 모르고 끼어들었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혼 줄을 당하였고.....
잊히지 않는 혼쭐이 난 지난날의 몸서리치는
뱀에 대한
추억이다.
(2)
남녘 지방에는 6월 초가 되면 모내기가 시작된다.
이때쯤
여름
장마도
모내기 농사철에 맞춰 시작한다.
십여 리 초등학교 등하교 길 우산은 물론 우의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장마가 시작되면 우리는 비와 전쟁을 치
루어야 한
다.
비가 억수같이 퍼 붇는 날이면 호랑이 교감 선생님이 상급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우리 마을 학생들을
불러낸다.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저학년 학생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가라고
조기 귀가 조치를 시키는 것이다.
경지 정리가 잘 되어있어 논둑
하굣길은 반듯하지만 물이 불어나면 수로에는 어린이들이 거러기에는 위험한 곳이 많았다.
모내기 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날 나는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빗 길을 나
혼자서
만
귀가하게 되었다.
한참을 빗속으로 뛰어가다 보니까 검정 고무신 사이에 뻘이
들어와 미끈거려서 도저히 빨리 뛸 수가 없었다.
돌이나 날카로운 물건이 없는 평야지대의 논둑길이라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고무신을 벗고 맨발로 뛰는 것이다.
양손에 고무신을 들고 맨몸으로, 비가 많이 오면 책 보따리는 학교에 두고 간다,
가볍게 이리저리 흙보다는 풀숲을 짚으면서 뛰어간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가는데 마침 모내기를 끝내고 남은 못 찜(심고 남은 모)
을 좁은 논두렁길 위에 군데군데 올려놓았다.
눈에 요놈들이 들어오길래 크게 보폭을 넓혀 가며 이놈들만 밟고
뛰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발짝을 뛰어가다 조금 큰 못 찜을 발견하고
강하게 밟는 순간 맨발 끝에 뭔가 미끌한 이상한 촉감이 느껴졌다.
중심을 잃고서는 나는 옆 수로로 처박힐 듯이 넘어져 버렸다.
뭐야? 하고 뒤로 돌아보는 순간 커다란 물 뱀 한 마리가 붉은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번쩍 치켜드는 것이었다.
바로 넘어져 있는 나를 그대로 공격할 것만 같은 자세였다.
우! 우! 우! 비명을 지르며 나는 처박힌 수로 물 길 속에서 가능한 거리를
멀리하려고 허겁지겁 도망쳐 나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놀랄 일을 수없이 많이 겪었지만 아마 이 일이 그 어떤
일보다 나의 뇌리 속에 가장 깊게 남아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도 가끔 꿈속에 나타나곤 한 사건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냉혈 동물인 뱀이 장마철 비 오는 날에 조금이라도 몸을
따뜻하게 데우려고 못 찜 속에 똬리를 털고 있었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맨발로 있는 힘을 다해 그 못 찜 속에 뱀을 밝고 지나갔으니....
사실은 나보다 그놈이 나보다 더 놀랐을 것이다.
"야! 물 뱀아! "
"우리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
-뱀 이야기는 이
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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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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