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 경덕

뱀 이야기를 블로그에 한번 올렸더니 은퇴 후 여주에 낙향하어 농사를 짓고 계시는 지인 형님

한 분이 뱀 제목이 아무래도 꺼림칙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쓰고 싶은 얘기 중 뱀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에게는 단연 톱이고 제일 기억이 생생하다.


(1)

10살 전후였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혼자서 점심을 적당히 챙겨 먹고 나니 집 뒤 미루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던 까치 두 마리가 미친 듯이 둥지 주위를 날며 짖어대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까치가 알을 낳는 계절이라 까치 알 생김새도 궁금해서 한 번쯤 미루나무에 올라가 보려고 내심 작정을 하고 있었다.

까치둥지는 미루나무 위에 높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쉽게 올라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마침 어른들은 들에 일 나가시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이 바로 결행의 날, 울어대는 까치를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미루나무에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울어대던 까치가 내가 나무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상 5-6m 높이는 될듯한 둥지 밑에 올라가서 위로 올려다보니 둥지 주변은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였다.

둥지 주위로는 어미 까치가 가끔씩 깍 깍 울면서 돌기만 하고....

어림짐작을 하고 몸을 쭉 뻗어 둥지 밑으로 조심스레 손을 집어넣었다.

알을 집으려고 한 번 더듬으니 예상한 알은 잡히지 않고 뭔가 뭉클하는 서늘한 촉감이 느껴졌다.

뭐지? 하면서 다시 몸을 더 올려 손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홱! 내 팔뚝보다 더 큰 뱀이 놀란 듯 머리를 치켜들며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헉!

이 순간 미루나무 가지를 놓치지 않고 잡고 있었던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갑자기 온몸이 후들거려 나무에서 제대로 내려올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무에서 떨어질 수는 없는 처지, 머리 위엔 큰 뱀, 고공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을 가다듬고 조심조심 내려오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

솔직히 그때 어떻게 내려왔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사히 내려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멀쩡하게 살아있고 사지도 멀쩡하게 팔방으로 잘도 헤집고 돌아다니고 있다.

뒤늦게 안 사실, 봄이 되면 까치는 둥지에 알을 낳았고 집 지킴이 능구렁이는

이 사실을 알고 때를 맞추어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별식을 즐겼고.....

무지한 초등학생인 나는 이 먹이 사슬 중간에 멋도 모르고 끼어들었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혼 줄을 당하였고.....

잊히지 않는 혼쭐이 난 지난날의 몸서리치는 뱀에 대한 추억이다.


(2)

남녘 지방에는 6월 초가 되면 모내기가 시작된다.

이때쯤 여름 장마도 모내기 농사철에 맞춰 시작한다.

십여 리 초등학교 등하교 길 우산은 물론 우의도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장마가 시작되면 우리는 비와 전쟁을 치루어야 한다.

비가 억수같이 퍼 붇는 날이면 호랑이 교감 선생님이 상급학년

교실을 돌아다니며 우리 마을 학생들을 불러낸다.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저학년 학생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가라고

조기 귀가 조치를 시키는 것이다.

경지 정리가 잘 되어있어 논둑 하굣길은 반듯하지만 물이 불어나면 수로에는 어린이들이 거러기에는 위험한 곳이 많았다.

모내기 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날 나는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빗 길을 나 혼자서 귀가하게 되었다.

한참을 빗속으로 뛰어가다 보니까 검정 고무신 사이에 뻘이 들어와 미끈거려서 도저히 빨리 뛸 수가 없었다.

돌이나 날카로운 물건이 없는 평야지대의 논둑길이라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고무신을 벗고 맨발로 뛰는 것이다.

양손에 고무신을 들고 맨몸으로, 비가 많이 오면 책 보따리는 학교에 두고 간다,

가볍게 이리저리 흙보다는 풀숲을 짚으면서 뛰어간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가는데 마침 모내기를 끝내고 남은 못 찜(심고 남은 모)

을 좁은 논두렁길 위에 군데군데 올려놓았다.

눈에 요놈들이 들어오길래 크게 보폭을 넓혀 가며 이놈들만 밟고 뛰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발짝을 뛰어가다 조금 큰 못 찜을 발견하고

강하게 밟는 순간 맨발 끝에 뭔가 미끌한 이상한 촉감이 느껴졌다.

중심을 잃고서는 나는 옆 수로로 처박힐 듯이 넘어져 버렸다.

뭐야? 하고 뒤로 돌아보는 순간 커다란 물 뱀 한 마리가 붉은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번쩍 치켜드는 것이었다.

바로 넘어져 있는 나를 그대로 공격할 것만 같은 자세였다.

우! 우! 우! 비명을 지르며 나는 처박힌 수로 물 길 속에서 가능한 거리를

멀리하려고 허겁지겁 도망쳐 나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놀랄 일을 수없이 많이 겪었지만 아마 이 일이 그 어떤

일보다 나의 뇌리 속에 가장 깊게 남아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도 가끔 꿈속에 나타나곤 한 사건이다.

다시 생각해 보니 냉혈 동물인 뱀이 장마철 비 오는 날에 조금이라도 몸을

따뜻하게 데우려고 못 찜 속에 똬리를 털고 있었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맨발로 있는 힘을 다해 그 못 찜 속에 뱀을 밝고 지나갔으니....

사실은 나보다 그놈이 나보다 더 놀랐을 것이다.

"야! 물 뱀아! "

"우리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

-뱀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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