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후 뒤돌아보니 언제까지 변함이 없을 것 같았던 친구 간의 우정도 있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았던 연인과의 사랑도 있었다.
어떤 것들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게 아직까지 실낱 같은 연이 남아있기도 하고 또 어떤 인연은 어느 날 슬그머니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기도 하였다. 이제는 기억조차도 가물가물한 사연도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수없이 많다.
아내를 입원시켜놓고 얼마간 혼자 지내다 보니 평소에 생각지 않았던 엉뚱한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난날 내가 맺었던 그 관계를 여태까지 지속시키지 못한 죄책감이 과연 나에게만 있을까? 지난날의 나는 왜 지금보다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했을까? 자조적인 질문을 해본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과거와 비교해서 얼마나 달라져 있나? 아니 얼마나 더 성숙해져 있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이것은 나만의 한계가 아니고 서로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하다. 살아오며 연약하게 맺어지는 인간관계를 전부 다 누적시키며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보통 인간들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하고, 당신도 특별산 사람이 아니듯 나도 특별히 잘못된 사람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알고 보면 우정이나 사랑의 종료는 누구의 삶에서나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 일 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과거의 추억을 자기 방식대로 편집하여 간직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리워하기도 하고 후회해 보기도 하며 일희일비를 하는 날이 나이가 들수록 자주 반복된다.
이제 과거사는 내려놓자.
오늘이 바로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하지 않았나 대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만날 수 있는 그 사람에게
더좋은 사람이 되어주자. 지금의 나의 모습과 닮은
새로운 사람도 만나 볼 수 있도록
노력해가면서.
당신이 누군가가 필요하듯이 누군가도 당신을 필요로 한다. 완벽하지 않는 지금의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기대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