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등을 돌려버렸다는 그러한 변심이 아니다. 나이가 점점 깊어가니 자신도 모르게 젊은 시절의 기호도 변하고 관심사도 달라져 간다는 그러한 변심이다.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어느 나이 이후부터는 여성은 남성 호르몬이 많이 나와서 남성화되어 가고 남성은 여성 호르몬이 많이 나와서 여성화되어 간다는 학설이 있다. 이 학설이 어김없이 그대로 나에게도 어느 때부터인가 적용이 되기 시작했다. 매사에 마음이 약해지거나 부드러워지는 것 모두 다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코로나 시대에 삼식이 노릇을 하기 위해서 아내의 눈치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높은 산을 올라가는 등산보다는 올레길이나 둘레길이 더 걷고 싶어 젔다. 밖에서 땀을 흘리며 하는 격한 운동보다는 하루 만보 걷기가 어느새 일상화되어 버렸다. 어느 해인가 한 해 동안 46번을 산행을 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아! 옛날이여.
친구들과 어울려서 밖에서 생선회나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을 한 때는 많이 즐겼다. 이제는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고 마시는 방식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코로나 때문에 바깥출입이 부 자유스럽다 보니 이러한
변화된 생활 습관이 점차 고착화되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마저 든다.
다른 것 들은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느껴지지만 이것만은 예외인 것 같다. 남녀노소 누구나 다 꽃을 좋아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꽃에 대한 나의 관심사가 몰라보게 커져 있었다. 분명히 젊을 때는 꽃이나 식물보다는 동물을 더 좋아했는데...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마트에 가면 판매용으로 전시해 놓은 여러 가지 관상용 식물이나 꽃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눈이 자주 가고 사고 싶어 지기까지 하여진다. 알마전 회분을 하나 사고 싶어 슬쩍 한 마디 꺼냈다가 아내에게 핀잔만 받았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즐겨 보자고, 그래서 식물원이나 수목원 사이트 여러 곳에 회원으로 가입을 하였다. 심심치 않게 평소에 전혀 보지 못했던 세계 곳곳의 꽃들이나 식물들이 올라온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 저장해 두었다가 가끔 지인들에게 카톡을 통하여 나누기도 한다.
봄이 오면, 새 봄이 다시 돌아오면 더 많은 화초들을 곁에 두고 직접 회단에 씨앗이나 구근을 심고 가꾸며 사랑해 보리라. 고양이에서 호랑이로 점점 진화해 가는 집 사람보다 꽃을 더 사랑해 보리라 다짐을 해 본다. 그런데 아내는 옛날부터 꽃을 엄청 좋아했다. 혹시 자기를 위해서 꽃을 심었다고 엉뚱한 오해를 하면 어쩌나..... 오해를 하든 말든 상관없다. 도랑 치고 게 잡는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생각하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